지난 2011년 가을에도 그는 땅콩을 정성스럽게 담아 필자의 사무실로 가지고 왔다. 지난 2009년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기관의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부터 그는 변호인인 필자에게 가을이 되면 땅콩으로 마음을 전하고 아무 말 없이 돌아가곤 했다. 필자는 나중에서야 그가 땅콩을 들고 온 사연을 알 수 있었다. 기소된 뒤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었던 그는 고향인 신안의 어느 섬마을에서 틈틈이 땅을 일구고 땅콩을 길렀다고 한다. 그는 땅콩을 심고 흘려 기르고 가을에 한 알이라도 상하지 않도록 쇠스랑으로 정성스럽게 수확해 일일이 껍질을 깐 뒤 상자에 담아 가져왔던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24일 2년 5개월에 걸친 그에 대한 법적 분쟁을 마무리했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라는 검찰의 기소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것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그가 게시한 글이 허위사실인지,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였다. 필자는 먼저 허위사실 적시와 관련해 먼저 변론에 나섰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 대한 그림 로비, 유임청탁을 위한 대통령 친인척 및 지인들과의 골프 및 저녁모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박연차가 운영하는 재계 600위권의 지방중소기업인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의 이례성과 배경 등 각종 의혹은 이미 언론에서 제기한 뒤였다.

따라서 그가 한상률 전 청장의 이 같은 의혹을 토대로 강연활동과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그를 변론했다.

필자는 비방에 대해서도 한상률 전 청장이 공인이며 그것도 고위 공직자라는 점, 그의 글이 순수한 사적인 영역이 아닌 공공성과 사회성을 담고 있는 점, 특히 피해자인 한상률이 국외로 도피성 외유 중이고 피고인인 그에 대한 처벌의사를 밝힌 적도 없으며 명예훼손의 소지를 스스로 자초한 사실이 있다고 변호했다.

필자는 다른 변호사와 함께 그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을 공익소송으로 보고 변호에 나섰다. 민주주의사회인 우리나라에서 그가 국세청 내부통신망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아야하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표현의 자유가 다른 기본권에 비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월한 가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엔의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인 프랑크 라뤼가 2010년 5월에 정부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다. 프랑크 라뤼 특별보고관은 한국방문 기간 중에 이례적으로 광주를 방문했고, 이 사건으로 재판받고 있는 그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필자 등 변호인에게 전해왔다. 필자 등은 그를 데리고 프랑크 라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을 만나는 자리에 동석해 프랭크 라뤼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프랭크 라뤼는 미네르바 박대성씨 사건과 문화방송 피디수첩 사건 그리고 그에 대한 사건을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세 가지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었다.

그에 대한 변호인으로서 2년 5개월 동안 함께하면서 하루하루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지켜보는 마음도 무겁고 착잡했었다. 비록 지금은 무죄가 선고되고 원직 복귀가 결정됐다고 하더라도 그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필자는 이 사건을 통해 공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비판적 표현 행위자를 ‘징계’와 ‘수사’를 통해 겁주고 위협하는 것이 가능한 우리 사회의 비민주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심정으로 그동안의 힘든 시간을 버텨왔다고 말했다. 그는 필자에게 늘 고맙다고 여러 번 감사를 표했지만 정작 고마운 것은 변호인인 필자 자신이다. 이 사건을 거치면서 초심이 흔들리고 있는 ‘세속’의 변호사인 필자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더구나 덤으로 그의 정성스런 마음이 듬뿍 담긴 땅콩까지 맛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김정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