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회의원선거 및 대통령선거가 있어 정치적인 문제가 흔한 쟁점이 될듯하고 계속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한 경제문제도 여전한 관심사가 될 듯하다. 하지만 지금 서민들에게, 아니 자식이 있는 부모에게 가장 부각되고 있는 문제는 학교폭력일 것이다.

최근 이 지역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생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학교폭력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가 되고 있다. 필자 역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폭력은 다른 어떤 문제보다 관심을 두는 사안이고 한편으론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많은 걱정이 된다. 실제로 학교폭력에 피해를 입은 부모들로부터 법적 자문이 많이 들어오고 상담과정에서 피상적으로 듣는 것보다는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다.

우선 피해 학생이나 그 부모의 입장을 생각하면 피해자로서 느끼는 분노나 좌절은 상상이상이다. 옛말에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것이고 저 역시 그렇게 친구들과 다투면서 때론 때리기도 또 맞기도하면서 자랐다.

하지만 지금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은 아이들의 사소한 힘겨루기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약한 아이를 찍어놓고 소위 왕따라는 것을 시키면서 지속적인 가해행위를 함은 물론 그러한 행위에 대해서 죄의식도 없고 폭력의 구조가 단계적, 순차적으로 행하여진다는 것에 그 심각함이 있다. 정부에서는 최근 학교폭력문제가 심각해지자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을 최소 1명 이상 두기로 하는 등의 사후대책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모두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모교의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의 위원으로 수년간 활동하면서 몇몇 사안을 직접 다뤘지만 이 역시 사후 대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금의 대책을 보면 주로 가해학생을 어떻게 엄벌하여 다시는 폭력행위를 반복하지 못하게 하자는 일시적인 방편에 치우쳐 있는 듯한 인상도 짙다. 하지만 지금 학교폭력의 양상을 보면 자기보다 약한 학생들을 괴롭히는 가해학생 역시 자신보다 더 강한 학생들에게는 피해자가 되고 있는 구조임을 볼 때 이러한 처벌 위주의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절대 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학교폭력에서 가해학생들의 연령 또한 중학생 이하 심지어는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어린 학생들까지 내려가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보면 폭력에 대응하는 처벌은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결국 학교폭력문제는 법에 따른 대책도 강구되어야 하겠지만 그보다는 사회 전반의 의식변화를 수반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직 자신들의 자아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배우고 있는 과정의 학생들이 한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학교폭력에 가담했다고 해서 이들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할 수도 없으며 그러한 방법은 사회 전체로 볼 때도 손실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직업이 변호사인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법에 의한 문제해결은 최종적인 방법이지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다.

학교폭력문제는 가해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기성세대들 모두의 책임이라는 자세로 접근해야하고 결국 피해학생들은 물론 가해학생들 역시 일부분에 있어서는 피해자라는 인식구조하에서 그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사회시스템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자녀의 건강을 위해 태권도와 같은 격투기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힘이 약해서 학교폭력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이런 도장을 찾는 것처럼 서글픈 현실이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의 딸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된다. 앞으로 몇 년 후에 우리 아이를 통해 우리들은 같은 반 친구들이 서로 도와줘서 누구도 괴롭히지 않고 함께 잘 지낸다는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를 듣고 싶은 소망이다.

〈강성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