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중략 -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초등학교 입학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첫아이의 입에서 애국가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내 손을 꼭 붙잡고 걸으며 목청 높여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예쁘다가도 다소 생뚱하다는 생각이 들어 미소가 번졌다. 입학식에서의 여운이 남은 듯 진지한 딸에게 웃음을 참고 물어봤다. “애국가 어떻게 알았어?”의 우문에 “나 원래 알았어”라고 딸은 답했다. 아마도 최근 졸업한 유치원에서 가르쳐준 것 같다. 벌써 이렇게 컸나?

그러고 보니 3월, 봄이다. 어제도 눈이 아닌 비가 내렸고 고개를 돌려 달력을 보니 부드러운 연두, 노랑의 봄 색깔로 채색돼 있었다. 지난해 1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변호사로 새 출발을 했는데, 대부분의 처음이 그렇듯 아직은 익숙하지 못하다. 변호사로서의 삶에 적응하느라 지난 1년간 계절은 필자와 무관한 듯 흘러갔으나 겨울만은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재판 등으로 사무실 밖을 나설 일이 많아 방한 채비를 하는 번거로움부터 시작해 눈과 빙판길에 대한 사고 우려로 차량 운전이 조심스러워지는 등 생활 속에서의 불편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날씨가 빨리 따뜻해졌으면 하고 내심 기다리고 있는 터라 봄으로의 진입은 너무도 반가웠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싹이 트고 꽃이 피고 녹음이 우거지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리니 약속을 지키는 자연의 순리를 의심하지 않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올해는 유로존의 경제위기로 세계경제가 위협받는 상황이라고도 하고, 사회적으로는 낮은 출산율, 실업, 고령화, 양극화, 성폭력, 학교폭력, 왕따 등의 문제로 많은 우려와 그 대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물질문명을 우선에 두는 사고방식 때문이라거나 신자유주의의 폐단이라는 등 그 원인을 찾기 위한 연구와 분석도 분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이 더 잘 먹고 잘 입고 더 편안하게 살려고 추구하는 과정에서 야기된 일들이라고 정리한다면 다소 무식해보일지 모르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그 답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겠으나 각자 지나친 욕심을 버리며 과장하지 않고 나와 타인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서로 채워주고 또 시간이 필요한 일은 기다릴 줄 아는 자연의 순리를 이러한 문제의 답에 총론과 각론에 반영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항상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연처럼, 내가 맞이한 봄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질서있고 평온하면서도 지속적인 번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자연도 인간의 잘못으로 인해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가 그 증거일 것이다.

올해는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많은 정치지도자들을 새로이 선출된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조만간 국회의원 선거와 연말 대통령 선거가 예고돼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봄을 자각하는 순간부터 따스한 봄볕을 받으며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덩달아 가벼워진 발걸음을 내딛는 필자의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봄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서애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