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법부를 포함한 법조계에 대한 비판을 담은 영화가 연이어 개봉돼 인기를 끌었다. 교사와 교직원들이 청각장애인 학생들을 상습 성폭행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담은 ‘도가니’와 이른바 석궁테러 사건의 주인공인 전 성균관대 김모 교수의 재판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부러진 화살’이 대표적이다.

영화를 관람한 상당수의 국민이 사법부를 포함한 법조계를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영화 내용에 공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선출된 권력이 아닌데도 지금까지 어떠한 외부 비판 없이 성역으로 존재했던 사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영화가 국민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필자는 솔직히 두 영화를 보고 ‘통쾌함’에 공감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꼈다.

먼저 필자가 ‘도가니’에 대해 다소 불편한 감정을 가졌던 이유는 극적 재미를 위해 가공한 몇 가지 허구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관람객에게는 ‘불편한 진실’로 인식돼 사법부와 법조계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을 넘어 맹목적인 비난과 불신을 확대 재생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도가니’에서는 1심 재판과정에 부장판사 출신 이른바 전관변호사가 사건의 진실을 왜곡해 변론하면서 담당재판부를 상대로 로비하는 듯 묘사되고, 심지어 담당검사는 결정적 증거인 성폭행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이 담긴 CD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아 불의에 타협한 것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징역 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영화에서 나오는 재판장과 친분이 있는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 중요증거를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검사는 영화의 극적 재미를 위해 추가한 존재하지 않는 허구일 뿐인 것이다. 도가니 사건의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와 달리 피해자와의 합의서가 제출된 사정 변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양형에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재판부의 양형재량권에 속하는 사항이고, 항소심 담당검사는 마지막 결심공판까지 실형을 구형하고 항소심 선고 이후 자신의 일기에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기재했다가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항소심에서도 역시 영화에서 나오는 재판장과 친분이 있는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없고, 중요증거를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검사는 없었다.

‘부러진 화살’은 판결에 불만을 가진 김 전 교수가 석궁을 들고 판사를 찾아간 의도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없이 김 전 교수를 부정한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날린 영웅으로만 묘사했다. 국민은 거대권력 앞에 미약한 개인에 불과한 김 전 교수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교수가 석궁을 들고 판사의 집에까지 찾아간 배경에 권위주의와 엘리트주의에 근거한 ‘반법치주의’ 태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영화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화되기 전 책을 통해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부러진 화살’의 작가도 사법부와 너무도 닮아있는 김 전 교수의 권위주의와 엘리트주의를 언급한 바 있다. 필자는 자신의 원칙만을 강조하는 고집불통의 깐깐한 수학자가 벌인 판사와의 한판 승부를 통해 대한민국 사법부에 변화와 개혁을 촉구하는 영화의 의도와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권위(사법부)에 도전하는 또 다른 측면의 권위주의자(김 전 교수)가 ‘영웅’이 될 수는 없다는 불편함은 지적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영화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법조계를 비판하는 영화에 호응하는데 주목해야한다.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의 흥행 성공은, 그만큼 현재 사법부의 공정성을 불신하고 의문을 던지는 사고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법부는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에서 벌어지는 복잡하고 첨예한 갈등과 분쟁을 해결해야하는데, 이 같은 최종적인 갈등 해결 구조가 불신의 대상이 된다면 법조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는 법조계가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이 국민에게 주는 ‘통쾌함’을 인식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받아들여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낮은 자세로 ‘불편함’을 받아들일수록 ‘신뢰도’는 높아질 것이고, 법조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수록 국민의 ‘통쾌함’의 정도는 낮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정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