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광주, 대구 등에서 학교폭력으로 인한 10대 청소년의 자살과 투신 소식은 참 많은 사람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그러한 당사자의 가족들, 학교, 국가는 이 학교폭력 사건들에 당황해 하며, 학교폭력 대책을 법과 제도로 보완하여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라는 7대 실천 정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학교폭력의 대책들이 정말 실효성 있고 학교폭력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학교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쏟아내는 대책들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감시 처벌, 단속 등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하며 그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렇게 강도를 높이고는 있지만, 이 학교폭력의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학교폭력을 강화하는 것이 학교폭력을 없앨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을 듣는 청소년들은 이런 방식으로는 학교폭력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은 처벌 단속이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학교폭력예방법은 계속 강화되어 왔고,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상담교사배치, 위클래스, 위센터, 금란교실, CYS-NET, 학교폭력지원센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지금 이 순간도 지자체와 교육청, 경찰청 차원에서 민관회의 등을 통해 새로운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참 많은 방식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음에도 여전히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에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청소년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다양한 모순들이 응축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아버지, 어머니가 서로 비난하는 폭력적인 가정환경으로 인해 부모에 대한 저항감으로 폭력성이 나타나고, 학교에서는 다양성을 존중받기보다는 대학 진학만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학벌중심사회에 발 디딜 틈이 없고,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비리는 끊임없이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인 무책임함 등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청소년들에게 환경적으로 자연스럽게 폭력을 가르치고 있다.

어떤 행동이 좋은 모델링인지 우리 청소년들의 도덕적 기준은 흐트러져 가고만 있다. 청소년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성장기에 놓인 미성년자라며 보호라는 이유로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잘 따르라는 말 뿐, 어른들의 폭력적 모습은 우리 사회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들에게 폭력문화를 되물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의 판단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상황을 우리 사회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뿐인 가르침의 어른들 모습, 행동으로 문화로 비치지 않는 지금의 환경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가정 내 폭력환경, 학교 내 강압적인 폭력문화, 부도덕한 사회 속에서 자라면서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인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왔는데 이것이 학교폭력의 당사자들만을 탓하고, 처벌하고, 기록에 남기고 하는 것이 정말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처방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 그러한 처벌과 단속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또 다른 폭력임은 분명하다.

단순히 제도와 법을 바꾸는 것이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지금의 우리 사회에 짙게 깔려있는 폭력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임을 또 그런 문화를 만드는데 가정, 학교, 사회에서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함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양수임 광주YMCA 청소년팀 총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