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은 ‘제49회 법의 날’이었다. 이 날은 모든 국민이 법의 가치와 존엄성을 깊이 인식하고 우리나라의 진정한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1964년부터 기념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회주의 국가의 ‘노동절’과 대항하는 차원에서 미국 등이 법의 날로 정한 5월1일로 했다가, 2003년부터는 ‘재판소구성법’의 시행일이 1895년 4월25일이라는 점을 착안해 4월25일을 법의 날로 재지정한 바 있다.

광주지검에 부임한 첫째주 어느 날 출근길에 있었던 일이다. 다소 차가 밀리는 도로에서 좌회전을 하려고 1차선에 정차해 있다가 직진·좌회전 동시신호에 따라 순서에 맞춰 좌회전을 하려고 교차로에 진입한 순간이었다. 필자가 타고 있던 차 오른편 직진차선에서 직진을 할 것처럼 보였던 택시 한 대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추월해 좌회전을 하는 것이었다. 아마 그 택시는 좌회전 차선에 차가 많이 밀려있자 직진차선에서 급하게 끼어들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출근시간에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고 싶은 택시기사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필자에게는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이 최단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경제대국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기초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불법 주정차, 과속, 신호위반이 아직도 용인되고 있는 것 같아 적잖이 걱정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과 같이 작은 규칙을 잘 안 지키게 되면 중요한 법령도 ‘꼭 지킬 필요가 있을까’라는 사고가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다.

지난 4월11일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 올해 12월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인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사건을 전담하는 검사로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하여 많은 불법선거사범이 발생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 이번 대통령 선거부터는 불법선거운동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인데, 기초질서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규정한 공직선거법도 우습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법무부 인권국에 파견근무할 당시 캐나다 ‘밴쿠버 인권재판소’, ‘캘거리 소년보호센터’ 등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의 수용자 인권보호 시스템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들의 교통질서 준수 의식에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은 찾아볼 수 없었고, 과속이나 신호위반을 하는 차도 거의 없었으며, 항상 차보다 보행자가 우선인 교통문화를 보고 이래서 선진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나라가 경제 선진국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초일류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작은 기초질서부터 잘 지키고 개개인이 먼저 법을 지키겠다는 의식을 확산시켜 준법의식을 생활화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의 약속(법과 원칙)이 잘 지켜지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비약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기성세대의 법 경시 풍조가 청소년들의 학교 및 사회에서의 원칙(Rule) 위반 행위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른들부터 기초질서를 안 지키니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광주지검 관내만 해도 소년사범이 1년 평균 5000여명이나 발생하고 있고, 전국 소년보호시설에 보호 중인 소년은 적정보호인원을 한참 초과하고 있는 현실에서 청소년들에게 법을 잘 지키라고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성세대들이 몸소 준법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 가장 기본적인 기초질서부터 잘 지켜 미래의 주인인 청소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성세대가 됐으면 한다

〈양동훈 광주지검 공안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