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인 필자는 수많은 거짓말을 만나고 산다. 사소한 폭력사건에서부터 대규모 금품이 주고받은 뇌물사건 등 형사사건은 물론 금품 거래에서 생겨난 문제가 주를 이루는 민사소송에서도 관련자들은 거짓말을 통해 불리한 상황을 넘기려한다. 그 많은 거짓말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강간이나 간통과 같이 개인 간에 은밀히 있었던 사건 경우에는 더욱더 진실을 밝히기란 어려운 법이다.

필자가 검사로 임관되고 나서 얼마 안 돼 경찰에서 혐의가 없다는 의견으로 송치된 간통사건을 배당받아 수사한 적이 있다.

무속인이 모 공사 지부장과 간통했다는 내용으로 무속인의 남편이 고소한 사건이었다. 경찰에서 무속인은 간통을 했다고 진술했지만 지부장은 간통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었다.

무속인에 대해 자료를 수집해보니 무속인은 지부장에게 굿을 해야 한다고 10억원이 넘는 금액을 받은 혐의, 즉 사기로 기소돼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였다.

추가 수사를 해보니 무속인이 항소심에서 자신의 선고형량을 줄이기 위해 남편에게 자신과 지부장을 간통으로 고소하라고 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경찰 수사과정에서 무속인이 경찰에서 지부장에 대해 사실과 달리 몇 가지 나쁜 거짓말을 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필자는 이에 따라 무속인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자 형량을 줄이기 위해 남편을 시켜 허위 고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무속인과 지부장을 불러놓고 무속인에게 허위 고소한 것이 아니냐는 추궁을 계속했는데, , 무속인이 갑자기 지부장을 쳐다보면서 “우리 사랑했어요”라고 크게 외쳤다.

깜짝 놀란 필자는 그 순간 지부장의 얼굴을 쳐다봤다. 지부장은 그렇게 소리를 지른 무속인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필자는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수사관을 무속인의 집에 파견해 살펴볼 것을 지시했다. 그곳에서 수사관은 지부장이 입던 양복과 신발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결국 무속인의 말처럼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였던 것이다. 결국 항소심이 진행중이던 사기 사건도 사랑이 깨지자 지부장이 고소해 시작된 재판이었다.

무속인이 수사과정에서 지부장에 대해 좋지 않은 거짓말을 한 것도 재판중인 사기 사건에 불리한 영향을 줄 것을 염려해 한 행동이었다.

진실을 알고 난 뒤 거짓말을 가려내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다. 그러나 수사를 하다보면 거짓말을 가려내야만 진실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열정만 넘치고 모든 것이 서툴렀던 초임 시절도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됐지만 여전히 거짓말을 가려내는 것은 어렵다.

오죽하면 거짓말탐지기까지 생겨났겠는가. 검사는 물론 수사기관 종사자라면 누구나 거짓말과 진실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실체적 진실을 파고들지 못할 경우 관련자의 진술에 의지해야하는 이들은 누구 말이 맞는 것인지, 사실 마지막까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이 진실을 조금이라도 밝혀내는 것이 필자가 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는 생각으로 지금도 조사실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고민에 고민을 할 때면 “우린 사랑했어요”라고 외쳤던 그 무속인이 기억난다.

〈김영일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