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관 시절 1년간 법률구조공단 서울지부 소속 변호사로서, 검찰에 들어와서는 검사로 수년간 공판에 나서고 있다.

그런 필자에게 지인들은 가끔 “판사님들이 법정에 들어올 때 왜 모두 기립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필자는 거의 습관적으로 법관이 법정에 들어설 때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이는 어쩔 수 없이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외부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소개받을 때 예의를 표하는 방법으로 인사를 하지만, 형사재판을 청구한 검사가 법정에서 법관에게 능동적으로 예의를 표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다. 따라서 재판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법관과 처음 마주칠 때 기립함으로써 예의를 표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다.

필자 역시 자유로움을 즐기고 탈권위주의를 지향하나, 사람에 대한 또는 그 사람이 담당하는 업무나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격식과 예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탈권위주의는 무질서와 다르고, 자유는 방종과 구분되는데, 무질서와 방종을 피하기 위해선 상대방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한 것이다.

법정에서의 법관은 검사와 피고인 간, 원고와 피고 간의 상반된 주장을 경청하고 각종 증거를 조사하며 재판을 받는 사람들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즉 법관의 역할은 법정에서 진행되는 재판을 주재하며 그것을 토대로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우리가 기립하는 이유는 법관이 우리보다 더 훌륭해서가 아니라 법관의 그러한 지위와 역할에 대한 존중과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좀 더 현명하고 정확한 판단을 해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법정에 있는 사건관계인이나 방청객들이 법관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고 떠들면서 복장이나 태도를 제멋대로 하고 있다면, 그러한 분위기에서는 진지하면서도 깊은 고민이 묻어나는 재판이 진행될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많은 사람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권위 있는 판결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법정에서의 법관이 들어설 때 일어서는 것, 즉 기립이 법으로 정해진 의무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원활하게 운영되는 데 법적인 의무보다 더 필요한 것은 상호 존중과 신뢰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법정에 있는 사람들이 일어서 법관에 예의를 표함으로써 해당 재판에 임하는 모든 관계자들이 진지함과 엄숙함을 더할 수 있고, 스스로 좀 더 경건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법관에 대한 예의를 표하는 방법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고 또 사회를 반영해가며 변해 가겠지만, 아직까지는 법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립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법관이 내린 결정이 우리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광주지검 공판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