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고소득 전문직으로 이름을 날렸던 의사마저도 의료 수가 저하, 영업부진 등을 이유로 폐업과 창업을 반복하거나 때로는 개인회생과 파산 등의 절차를 밟기도 한다. 물론 또 하나의 전문직이라는 변호사 업계도 일부 변호사들에게 사건이 몰리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1년에 겨우 수십 건도 수임하지 못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이처럼 어느 직업군이나 가릴 것 없이 생존 싸움에 치열하게 내몰리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렇듯 어려운 경제여건에 법원은 경제적 어려움에 쫓겨 변호사조차 선임하지 못하는 서민들을 위해 민사적으로는 소송구조, 형사적으로는 국선변호인 제도를 운영해 이들을 구제해주고 있다.

그런데 법원에서 소송구조 또는 국선 변호를 진행하다 보면, 필자는 가끔 이러한 어려운 서민과는 동떨어진 소송인들을 마주하곤 한다. 땅을 몇 필지나 소유하고 있거나 번듯한 직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세금의 지원을 받아 비용을 대주는 소송구조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이용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이런 때 과연 이런 사람들에게도 국가가 세금을 들여 지원해줄 필요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민사소송법 제128조(구조의 요건)

①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제1항의 신청인은 구조의 사유를 소명하여야 한다. ③소송구조에 대한 재판은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법원이 한다. ④제1항에서 정한 소송구조요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소송구조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사항은 대법원 규칙으로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131조 (구조의 취소)

소송구조를 받은 사람이 소송비용을 납입할 자금능력이 있다는 것이 판명되거나, 자금능력이 있게 된 때에는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이해관계인의 신청에 따라 언제든지 구조를 취소하고, 납입을 미루어 둔 소송비용을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이렇듯 민사소송법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에 그 신청 또는 법원의 직권에 따라 소송구조를 선정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법원의 구조명령에 따라 사건을 진행하면 상대방이나 의뢰인 중에서 어떻게 이런 분이 본인 비용으로 사건을 진행하지 않고, 국가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소송구조를 이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최근 국민의 법 지식의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률 지식의 인터넷을 통한 공유, ‘나 홀로 소송’을 통한 승소 사례의 축적, 변호사들에 대한 불신과 선임 회피 등의 현상도 잦아지고 있다. 따라서 법원이 소송구조 등을 용인해주는 이유가 당사자 직접 소송의 경우 재판 진행이 원활하게 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업무 가중을 우려해서인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는 국선변호를 진행하면서 본인의 자금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피고인을 대할 때도 똑같이 생기는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이러한 자금력이 있거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의뢰인에 대해서 법원이 소송구조나 국선 변호인 선정에 있어 심사를 까다롭게 해 소송인 자력의 방법으로 재판에 임하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세금으로 운용되는 소송구조나 국선변호인 제도가 진정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송 진행자들에게 그 혜택이 더 돌아가도록 하고, 자금력이 있는 의뢰인들은 본인의 힘으로 재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