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비싼 술이 있습니다. 몇십 년 된 양주도 아니고, 유럽 어느 곳에서 만든 와인도 아닙니다. 이 술은 바로 음주운전이라는 술입니다. 한 잔에 1000만 원이나 하지요.

지난해 12월 9일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습니다. 음주운전을 세 번 이상 한 사람, 경찰의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은 사람, 혈중알콜농도가 0.2% 이상인 사람은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됐습니다. 술 한잔 마시고 운전을 하면 3년을 교도소에 가야 하거나 10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과거에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도 비교적 적은 액수의 벌금을 내면 되고, 그것도 약식명령이라고 해서, 굳이 법정에 출석할 필요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위와 같이 음주운전을 세 번 이상 한 경우, 경찰의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은 경우, 혈중알콜농도가 0.2% 이상인 경우에는 형사 합의부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1심 형사재판은 1명의 판사가 하는 단독재판과 3명의 판사가 하는 합의부재판이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3명의 판사가 하는 합의부재판이 1명의 판사가 하는 단독재판보다 더 크고, 중요한 사건을 담당하지요. 형사합의부재판은 살인, 강도, 강간, 수십억 원의 뇌물 또는 횡령 등 중죄에 대해서 심리하고 처벌하는 곳입니다.

이런 무서운 범죄를 재판하는 곳에서 음주운전을 한 사람도 함께 재판을 받게 됩니다. 그만큼 음주운전은 중한 범죄이고, 그 처벌이 강화된 것이지요.

하지만 음주운전 때문에 재판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음주운전의 위험성이나 중대성에 대해서 별로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형사 합의부재판을 받는 음주운전의 경우 징역 1년 이상 3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형에 해당하는 죄입니다.

징역 1년∼3년이라는 것은 판사가 아무리 선처를 해도, 최소한 징역 1년 동안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뜻합니다. 징역 1년.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1년 동안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그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가족들의 생계까지 곤란해지게 되는 것이어서 징역형으로 인해서 본인과 가족이 받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벌금 1000만 원은 어떤가요. 결코 적지 않은 큰돈이지요. 판사인 저로서도 몇 달 치 월급을 하나도 쓰지 않고 그대로 모아야 겨우 만들 수 있는 돈입니다. 그렇게 큰돈인 1000만원의 벌금은 판사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선처하는 것입니다. 충격이지요. 1000만원이 선처라니. 하지만 징역을 선고받고 1년 이상을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면하게 해주는 의미에서 선처라는 것입니다.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선량한 보통의 사람들입니다. 별다른 전과도 없고, 평생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도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여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들입니다. 사연도 구구합니다. 건설현장에서의 힘든 하루를 술로 달래고 귀가하던 중 적발된 경우, 대리기사를 부른 다음 차를 대로변까지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산골 오지에 살아서 일터까지 걷기엔 너무 멀고, 대중교통도 없어서 유일한 이동수단인 오토바이를 술 마시고 운전한 경우, 주차한 차를 빼달라고 하여 차를 잠깐 운전하다가 적발된 경우, 생업이 운전인데,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생계가 막막한데다 고액의 벌금까지 내야 하는 경우…. 모두가 딱하고 안타깝지만 법에 따라 형을 정하는 판사로서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도 법에 정한 범위를 이탈해서 형을 선고할 수는 없습니다. 간혹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 형을 감경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법에서 정한 일정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사정이 딱해도 음주운전을 여러 번 반복하는 사람에게 무작정 형을 감경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제가 담당했던 어느 사건입니다. 예순이 다 된 음주운전 피고인이 법정에 나왔는데, 여든이 넘은 그의 노모가 함께 왔습니다. 노모는 아들이 큰 법정에서 판사 앞에 서서 재판을 받는 것을 보고 무슨 큰 사단이 난 줄 알고 무척이나 놀랐나 봅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재판을 보다가 마침내 이미 굽어서 더 이상 굽혀지지 않는 허리를 애써 굽혀가며 “판사님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라고 읍소했습니다. 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저 노모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저 연세에 법정까지 와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

우리 사회는 음주에 대해서 많이 관대한 것 같습니다. 취중에 하는 실수야 용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수를 넘어서서 범죄에 해당하면 절대 용납될 수도 없고, 용납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음주운전 때문에 발생한 교통사고, 그로 인해서 아무 잘못 없이 피해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새삼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음주운전을 범죄로서 처벌하고 있는 것이고, 그 처벌이 최근 강화되었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그보다 우선 본인과 가족이 당할 고통을 막기 위해서라도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6부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