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사자 성어가 있다.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송곳은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말로 뛰어난 사람은 자신을 스스로 내세우지 않아도 결국은 세상에 알려진다는 것이다. 무등산은 자신의 위대함을 말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왔지만 시민의 입에서 무등산의 생태와 비경 등이 회자되면서 마침내 국립공원 지정을 모두가 환영하고 있다.

환경부 주관으로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라는 연구용역이 진행됐다. 주요검토 항목인 식물과 동물의 식생을 평가한 자연생태, 지형과 경관을 평가한 자연경관, 역사와 문화자원을 평가한 역사문화, 지형을 평가한 지형보존, 접근성과 편의 시설을 평가한 이용 편의에 대해서 우수하면서도 기존의 국립공원들과 비교했을 때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광주시민이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나은 가치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시민 대다수는 무등산의 국립공원 지정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무등산이 간직하고 있는 가치를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몇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는 무등산국립공원의 생태를 살리고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서 편입되는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이다. 편입지역 주민들은 지난 1971년에 제정된 개발제한구역에 관한 법률 때문에 자신의 땅에 대한 개발행위를 제한받으면서 지난 40년 이상 재산권행사를 할 수 없었다.

환경부는 지구조정을 하면서 국립공원 편입을 원하지 않는 마을 대부분을 제외했다고는 하지만 일부는 주민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포함됐다. 국립공원이 지정되면 예산을 확보해 편입부지 매입을 서둘러야 한다. 또 산촌마을 가꾸기 같은 사업을 통해서 마을을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도와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줘야 한다.

국립공원의 관리체계와 시설물 관리에 관한 문제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시설문제다. 무등산은 도심과 인접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고, 기존의 국립공원과는 다른 시각에서의 접근이 필요하겠다. 국립공원 내에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 위락시설, 상가 그리고 탐방센터와 자연학습장 등 편익시설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립공원지정이 오히려 무등산을 훼손하게 된다면 무등산을 지금까지 지켜왔던 광주시민의 정서와 다를 뿐 아니라 개발론자들에게 개발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용의 문제도 생각해보자. 국립공원에 새롭게 편입되는 지역주민들은 개발제한구역법과 자연공원법의 이중 규제를 받게 된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비록 자연공원법이 개발제한구역법보다 규제가 적다고 하지만 법과 행정은 작을수록 효과적이다는 측면에서 법을 단일화해 주민들을 심리적 압박에서 해소시켜 줘야 할 것이다.

무등산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는 늘 가치가 충돌하는 면이 부각되기 마련이다. 전남도민과 광주시민의 관심으로, 또 이해 당사자들 간의 슬기로운 처신과 배려로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무등산의 가치와 광주 정신이 한층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운동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