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형사재판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유전적 요인을 강조하는 견해와 환경을 중시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데, 이와 같은 범죄의 발생원인에 대한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바로 범죄예방의 방법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아래의 두 가지 사건들을 보면서 범죄의 원인을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한다(첫 번째 사례는 필자가 검사로 일할 때 직접 접했던 사건이다).

첫째, 아이는 우리 나이로 15살, 중학교 2학년이었다. 어린 나이에 이미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과 절도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오토바이를 훔쳤다.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보름에 한 번 정도 집에 올 수 있었다. 아이는 어릴 때는 할머니와,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할머니와 아버지께 효도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지만, 막상 공부를 해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이미 어릴 때부터 영어학원 등을 다니면서 자신보다 실력이 월등히 좋은 상황이었다. 그러다 이 아이는 오토바이 타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오토바이를 타면 모든 근심이 없어지는 듯 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같이 오토바이를 타는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고, 자신이 ‘아웃사이더’라는 생각도 들지 않아 좋았다. 하지만 이제 아이는 어린 나이에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은 이른바 전과자가 됐고, 주위에서는 비행 청소년이라고 부른다. 아이는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둘째, 남자는 40대 중반으로 혼자 산 지 2년 정도 되었다. 남자는 실직 이후 아내와 이혼을 하게 됐고, 아이도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남자는 가지고 있던 돈도 다 떨어져 가고 있지만 몸이 아파 어디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달에는 월세도 내지 못할 정도였다 남자는 식음을 전폐하고 매일 술만 먹다보니 언제나 술에 취해 있을 정도다. 그렇게 술에 취해 있던 어느 날 마트에서 여러 차례 물건을 훔쳤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남자는 아직까지 생명보험은 해지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살 힘이 없으면 딸에게 보험금이라도 남기고 싶어하는 심정이라고 한다.

위에서 본 아이와 남자는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이웃들이다. 독자 여러분은 아이와 남자가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인지 결론을 낼 수 있는가. 필자는 아직까지 100%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선처해서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엄히 처벌해서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 든다.

중년의 남자는 다음 재판기일까지 알코올중독치료센터에서 강의를 듣고 수료증을 받아 오기로 했다. 과연 그가 약속을 지킬까. 그 사람은 술을 끊고, 그 자리에 삶의 의지를 채워서 올 수 있을까. 필자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4단독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