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는 것에도 책임이 따른다
2012년 08월 13일(월) 00:00 가가
손 상 욱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서는 우리 민족을 활 잘 쏘고 술, 노래와 춤을 즐기는 사람들로 묘사하고 있다. 필자의 주위를 둘러보아도 술 마시고 노래하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이 많다. 정확하게 말하면 술을 마신 후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 것이지만. 민족의 기질이라는 것이 유전자를 통해서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술을 즐겨 마시기 때문에 우리는 술에 대해 관대한 경향이 있다. “술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이 없다”, “사람이 술 한잔 먹고 그럴 수도 있지 뭐”라는 식의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정확히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술에 대한 관대함에 기대는 현상이 법정에서도 벌어진다.
# 장면 1
검사:피고인은 피해자의 머리를 양주병으로 때린 사실을 인정하나요? 피고인:네, 인정합니다. 그러나 당시 술을 많이 먹어서 때린 것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검사:기억도 안 나는 일을 인정한다는 것인가요? 피고인:정황상 제가 때린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검사:피해자의 말로는 당시 피고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피고인이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몸을 잘 가누지 못하지 않았고 술이 많이 취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피고인:당시 제 주량을 넘게 먹어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장면 2
검사:피고인은 피해자의 목을 조른 사실이 있나요? 피고인: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검사:피고인은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에는 피해자와 말다툼하던 중 화가 나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2∼3차례 때린 후 목을 졸랐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았나요? 피고인:그렇게 진술한 사실 없습니다. 검사:그렇다면 조서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조를 당시의 상황, 방법, 시간 등이 자세히 기재돼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피고인: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검사: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진술하지도 않은 내용을 마음대로 적어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했다는 것인가요? 피고인:(묵묵부답). 검사:피고인은 조서를 읽어 보고 서명, 무인하지 않았나요? 피고인:읽어본 것은 사실입니다.
피고인들은 종종 법정에서 위와 같이 술에 취해 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는 법적으로 ‘심신장애’에 의한 ‘심신상실’ 혹은 ‘심신미약’ 주장으로,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거나 형을 감경한다. ‘심신장애’, 즉 술에 취해 ‘심신상실’ 혹은 ‘심신미약’, 즉 사리를 분별할 수 없거나 분별할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상태에서의 행동에 대해 피고인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필자도 술을 마시고 소위 필름이 끊어진 경험이 있어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많은 피고인들은 범행 전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면서도 기억이 가장 강렬할 수 있는 범행 당시의 행위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수사기관에서는 범행 당시를 자세히 묘사했음에도 법정에서는 돌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거나 피해자의 진술, 범행 방법, 범행 전후의 피고인 행동 등을 종합하면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보이는데도 술에 취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범행 당시 피고인이 술에 만취해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상태였는지는 피고인만이 알 수 있는 것이지만 필자로서는 위와 같은 이유로 많은 피고인들이 거짓 주장을 한다고 생각하고 법원에서도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피고인들은 신체의 자유 박탈이라는 절박한 사태에 몰려 자신의 주장이 매우 비이성적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어차피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그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누가 보아도 거짓인 것이 명백하고 단지 처벌을 모면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확실히 보이는데도 그와 같은 주장을 할 수밖에 없는 피고인이 측은하기도 하다.
최근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따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이른바 ‘주취 폭력’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형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술에 의한 범죄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술은 기분 좋게 마시되 도를 넘은 음주로 인한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주지검 형사1부 검사〉
# 장면 1
검사:피고인은 피해자의 머리를 양주병으로 때린 사실을 인정하나요? 피고인:네, 인정합니다. 그러나 당시 술을 많이 먹어서 때린 것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검사:기억도 안 나는 일을 인정한다는 것인가요? 피고인:정황상 제가 때린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검사:피해자의 말로는 당시 피고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피고인이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몸을 잘 가누지 못하지 않았고 술이 많이 취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피고인:당시 제 주량을 넘게 먹어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검사:피고인은 피해자의 목을 조른 사실이 있나요? 피고인: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검사:피고인은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에는 피해자와 말다툼하던 중 화가 나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2∼3차례 때린 후 목을 졸랐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았나요? 피고인:그렇게 진술한 사실 없습니다. 검사:그렇다면 조서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조를 당시의 상황, 방법, 시간 등이 자세히 기재돼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피고인: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검사: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진술하지도 않은 내용을 마음대로 적어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했다는 것인가요? 피고인:(묵묵부답). 검사:피고인은 조서를 읽어 보고 서명, 무인하지 않았나요? 피고인:읽어본 것은 사실입니다.
필자도 술을 마시고 소위 필름이 끊어진 경험이 있어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많은 피고인들은 범행 전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면서도 기억이 가장 강렬할 수 있는 범행 당시의 행위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수사기관에서는 범행 당시를 자세히 묘사했음에도 법정에서는 돌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거나 피해자의 진술, 범행 방법, 범행 전후의 피고인 행동 등을 종합하면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보이는데도 술에 취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범행 당시 피고인이 술에 만취해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상태였는지는 피고인만이 알 수 있는 것이지만 필자로서는 위와 같은 이유로 많은 피고인들이 거짓 주장을 한다고 생각하고 법원에서도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피고인들은 신체의 자유 박탈이라는 절박한 사태에 몰려 자신의 주장이 매우 비이성적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어차피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그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누가 보아도 거짓인 것이 명백하고 단지 처벌을 모면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확실히 보이는데도 그와 같은 주장을 할 수밖에 없는 피고인이 측은하기도 하다.
최근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따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이른바 ‘주취 폭력’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형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술에 의한 범죄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술은 기분 좋게 마시되 도를 넘은 음주로 인한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주지검 형사1부 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