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필자의 어머니는 대형마트가 아닌 재래시장을 자주 찾으신다. 명절 때면 그 횟수는 늘어나고, 필자도 짐을 옮겨 드리기 위해 반 강제적으로 동원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재래시장들의 주변 시설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한꺼번에 인파가 몰리면 여전히 협소한 주차공간으로 인해 소위 주차전쟁과 교통난을 겪을 때면 가까운 대형마트를 두고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투덜거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 위해 여러 상점을 둘러보며 꼼꼼하게 물건을 고르고, 어쩌다 제대로 흥정이 돼 좋은 물건을 싸게 사시는 경우 어린이처럼 좋아하셨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또 한편으로는 갈수록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점포가 속속 들어서 중소 상인들의 숨통을 조금씩 조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자주 찾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을 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올 초 유통산업발전법에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정을 신설한 것은 그나마 반가운 일이었다.

광주시 각 자치구를 비롯해 전국의 자치구들도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규정을 신설, 중소유통업의 활성화에 부응한 바 있었다. 그런데 대규모 유통사들은 수긍하지 못하고 영업제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면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고, 급기야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영업제한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조례의 무효를 판결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다수의 관련사건에서 해당 법원이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려 대형 유통업체의 손을 들어 주자 이들은 곧바로 영업제한 등을 받지 않고 정상영업을 재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래시장, 동네 상권 등 중소상인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법원의 판결 취지가 위 영업제한 조례가 모법인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한 것이기에 그 정당성은 인정된다는 취지가 있어 광주시 산하 5개 자치구는 지난달 기존 조례를 개정·공포했고 현재 위 각 자치구에 개정 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구청장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을 ‘명하여야 한다’는 것을 ‘명할 수 있다’로, 영업시간 제한은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한다’는 것을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의 범위에서 할 수 있다’로 고친 것이다. 또 의무휴업일은 ‘매월 두 번째 및 네 번째 일요일로 한다’를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의 범위에서 지정할 수 있다’로 변경됐다. 따라서 개정된 조례에 따르면 구청장이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해당 구청장들은 휴업일을 매월 특정일로 정하지 말고,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는 사정 등 월 단위 특수성 등을 감안하여 기왕 중소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날로 지정했으면 한다. 한편 대형 유통업체들은 개정된 조례에 의한 조치에 다시 반발할 것이 아니라 유통산업발전법의 입법취지인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및 상생발전 등에 동참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재래시장 측에서도 보다 많은 시민들의 발길을 유도하기 위해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추석에도 필자는 어머니를 모시고 재래시장을 방문할 것이다. 올 추석은 대형마트 등에 대한 영업제한의 성과로 모처럼 재래시장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상인들의 입에서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등 모두에게 풍성한 한가위가 됐으면 한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