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의 산개구리 알이 시냇물에 잠겨 있다. 봄에는 온갖 존재들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며 저마다 삶을 계획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다. 생명들은 존재의 이유를 온몸으로 설명하고 나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엄마들은 행여 아기가 바람에 해를 입을세라 간간이 아기의 상태를 살피곤 한다. 마당에 나온 암탉은 날개를 살포시 펴서 병아리들을 감싸고, 이제 막 몸을 푼 멍멍이는 새끼를 핥아서 깨끗하게 하면서 행여나 제 새끼들이 놀랄까봐 몸을 조심스레 추스른다. 생명에 대한 경외이며 제 새끼들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한 사람이 사람구실을 하기 전까지는 부모의 지극한 사랑과 배려가 수십 년 동안 있어야 한다. 우리는 각자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과 정성이 있어 여기까지 왔음을 안다. 그러나 삶은 녹녹지 않아 치열한 경쟁과 그 속에서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욕망의 갈등에서 좌절하고 분노하며 서로 해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또는 삐뚤어진 욕심을 해소하고자 불법과 위법의 공간에서 자신을 함부로 굴리며, 왜곡된 공간에 자신을 방치하고 있다. IT시스템이 발달할수록 인터넷 도박이라든가, 음란물이 유통되면서 심신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 가상 공간이 넓어지고, 급기야 자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가고 있다.

학교폭력은 점점 심각해져 기성세대가 제어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폭주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목표의식은 저급한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욕망표출과 해소에 우선 순위를 둔다. 이는 맹목적인 물신숭배를 하는 기성세대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에 독버섯처럼 퍼져 기생하고 있는 각종 폭력적, 선정적 게임의 밑바닥에는 어떠한 수로든지 돈을 벌고자하는 어른들의 의식이 투영돼 있다. 그것이 날카로운 부메랑의 날이 되어 우리 자녀의 등을 치고 있음을 어찌 모르는가? 한 사람이 사회 속에서 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식의 습득보다는 우선 주위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사로워야 하고 의심 없이 서로 아낄 수 있는 순수한 신뢰를 키움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찍이 부처님이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즉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내가 존귀하네”라고 한 것은 자존의식을 들어내는 자기의 독립적 선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기성세대건 신세대건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 부모님의 더할 수 없는 사랑, 친구와의 우정, 이웃의 역할, 사회와 국가의 시스템 덕분인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잊고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요’라며 내 잘못이 아니라 모두의 잘못이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음을 한탄한다. 자기 결점을 보완하며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보다는 자신과 사회를 원망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단군이래 물질적 환경은 가장 부유할진대 우리는 부유함에 목말라 “더더더…”하며 바닷물을 들이킨 표류하는 뱃사람처럼 정신적 공황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은 스스로를 천박하게 하는 단초가 될 것이며, 서로를 해하는 욕망의 시작일 것이다. 이 욕망의 들끓음은 자기 자신을 천한 존재로 타락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잠시 욕망을 쉬게 하고, 이 따뜻한 봄날 햇빛처럼 포근한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고 서로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랑받았다는 존재임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확대해석인 ‘천상천하 아등고귀’(天上天下 我等高貴), 즉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우리는 높고 귀하네”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고 존중한다면 이 인간세상을 갈등케하는 원인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 권 보국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