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우리들 마음속에 부담 아닌 부담들로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에 충분하다.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하루빨리 이 5월이 지나갔으면 하는 주위의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철없던 지난날이 생각난다.

소풍을 하염없이 기다렸고, 마치 대단한 일들이 벌어질 것만 같은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그 소풍과 어린이날을 맞이하는 부모님들의 한숨은 무척이나 깊었을 것이다.

부모의 책임과 자식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진한 가족애가 있었고 또 그 속에는 아주 소박하지만 행복이라는 것이 숨 쉬고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해, 자식들 학교에 보내기 위해, 부모님께 만난 것 하나라도 더 올리기 위해 밤낮을 고생하셨다. 부모자식이라는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버티어 오신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에 진한 감동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가족과 가정을 위한 과제와 과업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는 대상자들은 너무나 쉽게 그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아무리 아낌없이 바쳐도 그 노력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가족이라면 더욱 공허할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5월! 소중한 인연들을 기억나게 하는 5월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의 이웃들은 상대적인 빈곤감과 물질적 부담으로 힘겨운 5월을 보내고 있다. 이 시대는 너무나도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는 대종경 서품 4장에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대종사 당시의 시국을 살펴 보시사 그 지도 강령을 표어로서 정하시기를 ‘물질이 개벽 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하시니라.”

우리가 생활하는 이 시대는 수많은 물건들로 홍수를 이루고 있고, 빠른 변화 속에 귀한 것이 너무나도 쉽게 변하고 있다. 이 같은 시대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정신은 물밀듯이 밀려오는 물질세력에 힘없이 무릎을 꿇고 물질을 신봉하며 물질의 노예생활을 하고 있지 않나? 냉철히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

유흥비를 만들기 위해 물건을 훔치고, 가족을 살해하며, 친구의 돈을 강탈하고, 어린아이까지 성매매를 시키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 진정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살펴봐야 할 것이다.

먹는 것을 눈 속여 팔면 그것이 얼마나 이익이 될까? 부모의 그런 모습을 보고 성장한 아이가 제 부모에게 효를 다 할 것인가? 명품 가방을 선물해야 그 사랑의 크기가 더 큰 것일까? 고급승용차로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야 인정받는 삶일까? 고액학원을 보내야만 진정 부모의 도리를 다하는 것일까? 대기업에 취직해야 성공한 인생일까?

어린 시절 우리가 주고받던 선물은 가슴 뭉클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추억과도 같은 정성과 사랑, 존경이었다. 좀 촌스럽지만 이런 가정의 달 5월은 어떨까 싶다.

어린이날에는 부모 된 도리로 너희의 성장과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부모의 마음을 담아 주었으면 좋겠다. 어버이날에는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에 하루 정도 편히 쉴 수 있도록 휴식을 제공해 주었으면 좋겠다.

스승의 날에는 내 인생의 큰 스승님이신 부모님을 비롯한 존경하는 선생님께 진심 어린 연락을 드렸으면 좋겠다. 성년의 날에는 이 사회의 주역들이 되어 줄 것을 간절히 기원해 주는 기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부의 날에는 또 다른 한쪽이 되어준 소중한 인연에게 손발을 닦아 주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가족 구성원 모두가 소중한 마음을 전하는 훈훈한 5월이었으면 좋겠다. 가족이 소중하고 가정이 튼실한 이 사회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하성래 원불교 광주·전남교구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