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구 너무 재미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재미있고, 바다 건너 미국의 프로야구도 류현진 덕분에 재미있게 보고 있다. 며칠 전에는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완봉승이란 투수 한명이 한 경기를 끝까지 던지면서 상대 팀에게 실점을 하지 않고 이기는 것을 뜻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완봉승을 거둔 한국인 투수는 박찬호, 김선우에 이어 류현진이 세 번째이다. 미국의 프로야구에서는 매우 드문 일로 평균 60경기당 한번 정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최다 완봉승 투수는 과거 해태 타이거스의 선동렬 선수로 29번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2위는 윤학길, 정민철 선수로 총 20번의 완봉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였던 1980년대에는 304완봉승이 있었고 이는 9 경기당 한 번 정도로 흔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투수 분업화가 시작된 1990년대 13.9경기당 한 번꼴로 빈도가 줄었다.

불펜 야구가 자리 잡은 2000년대 이후에는 완봉승이 50.5경기당 한 번꼴로 볼 수 있는 진귀한 기록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작년시즌에는 단 6차례 완봉승만이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 야구팀은 53개 정도이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 할 때 보다 줄었다. 초등학교 소속 팀은 100개. 중학교 야구팀은 85개이다. 지역 리틀리그 야구팀은 140개이다. 초등학교 팀 수는 몇 년간 변화가 없지만 리틀리그 야구팀은 6년 사이에 25개에서 140개로 늘었다. 리틀리그 야구팀수가 늘어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학교 야구가 대세이기에 이 정도의 야구팀 수는 너무도 부족한 상태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4200여개의 고교 야구팀이 있다. 야구 단체와 프로야구 구단의 지역 중고교 야구팀에 대한 지원, 육성이 필요하다. 이런 상태가 지속 된다면 유소년 야구 선수들, 특히 투수들의 과다 투구는 지금 보다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초, 중등야구 투수들의 팔꿈치 어깨관련 부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은 고등학교부터 학교 야구이며 초,중등야구는 주로 클럽중심이다. 리틀리그부터 고등학교 투수들은 1주일에 10이닝 이상을 못 던지는 규정이 있다. 어린 선수들을 부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초등야구는 한 경기당 3이닝만 던지는 규정이 있으나, 다음 경기에 투수만 아니면 출전을 할 수 있다. 중,고교 야구는 아예 투구 수에 대한 규정이 없다. 성인들의 경기인 2013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도 1라운드에서는 65개, 2라운드에서는 80개, 준결승 이상에서는 95개로 투구수를 제한하고 있으며 2일 이상 연속 투구 시 1일 휴식의 규정이 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 많이 완화된 규정이라는 것이다.

미국 스포츠의학 연구소(ASMI, American Sports Medicin Institute)에서는 한참 투구를 배우는 시기인 만 13-14세에는 게임당 75개, 주당 125개, 시즌당 1000개 연간 3000개로 투구 수 제한을 권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소년 선수 보호차원에서 초,중,고교 야구에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투구 수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커브볼에 대한 규정이다. 만 13-14세 이전의 커브볼 투구와 사이드와인더 투구 동작으로 팔꿈치관절 부상의 위험은 3배 이상 증가한다. 미국 스포츠 의학연구소는 커브볼은 14-16세 정도에 처음 배우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물론 사춘기의 발현시기가 매우 다양하므로 산술적인 실제나이(chronological age)보다는 신체 성숙도(physical maturity)가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초,중,고교야구 그 어느곳에도 커브볼 투구에 대한 규정이 없다. 전체적인 투구 수에 대한 규정 뿐만아니라 커브볼을 던지는 시기에 대한 규정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요즘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많은 우리나라의 야구선수들과 제2의 박찬호, 류현진을 바란다면 말이다.

/심상돈 동아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