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요즈음 전주 한옥마을의 중심부인 풍남동 옛집에 살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마을을 둘러보며 이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 옛 문화를 즐긴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많은 관광객들을 접하며 전주의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옥(韓屋)’에 새삼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옥은 우리나라 고유의 형식으로 지은 집을 양식 건물, 즉 양옥에 상대하여 일컫는 말이다.

세계화 시대를 표방하다 보니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한옥 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한옥 부흥시대를 열겠다.”는 시책을 펼쳤으나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유독 전주 한옥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리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첫째, 전주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 상인들이 성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품은 양반들을 중심으로 교동, 풍남동 일대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주거지 군락이다. 한국인의 자존심이 걸린 일종의 민족의식의 산물로써 백 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현재 한옥마을은 면적 29만6330㎡에 건물이 700여 동이며 신축 건물들은 거의 예외 없이 한옥이어서 가까운 시일 내에 한옥이 거의 80%를 차지할 전망이다. 한옥의 건축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둘째, 전주 한옥들은 도시 환경과 구조에 맞게 발전되어온 ‘도시형 한옥’으로써 1910년대부터 산업화 사회로의 진행과정에서 발생된 우리나라 주거문화 발달과정의 역사적 산물이다.

셋째, 도시형 한옥들과 이조왕조 문화에 뿌리를 둔 경기전의 어진 박물관, 하마비를 비롯하여 향교, 견훤성터, 남고산성, 풍남문 등 문화유적지가 많고 이러한 두 시대의 어우러짐이 전주한옥마을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

넷째, 문화센터, 공예품전시관, 한옥생활체험관, 술 박물관, 한지로 만든 옷을 파는 가게, 한방문화센터 등 각종 전통문화 시설이 있다. 그리고 합죽선, 태극선을 비롯한 공예방들과 찻집, 콩나물국밥, 비빔밥, 한정식 등 우리 입맛을 돋우는 전통 음식점 등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한옥마을에서 먹는 전통음식들은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지며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외에도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동성당, 동학혁명기념관도 중요한 문화유적의 면모를 지니고 순례객을 맞는다.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600년 이상의 은행나무 뿌리에서 몇 해 전 배태된 새 줄기는 DNA 검사를 통하여 보호수의 친자임을 확인받았다. 이 특별한 고목의 번식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마을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 종일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다양한 가격의 민박집이 많고 전주시의 자료에 의하면 2012년 한 해 동안의 숙박인원만 20만1000명을 상회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전주한옥마을이 성황을 이룬다 할지라도 현재는 내국인 위주의 관광에 국한되고 있다.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빼어난 자연 경관을 가진 군 단위들까지 포함하여 면적을 대폭 확대 조성하였으면 한다. 전주의 일부분에 불과한 한옥마을이 아니라 전주 인근일대가 ‘가장 한국적인 한옥 도시’로 바뀌는 비전을 품어보면 어떨까?

이에 비하여 광주는 무엇으로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인가를 놓고 시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광주시민 모두가 창의적 의견을 도출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박행순 전남대 명예교수·국제과학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