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모든 동식물은 태어나서 자라고 병들고 늙는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도 이 자연의 법칙에는 자유로울 수 없을 터. 나이가 들면서 주름과 흰머리가 생기고, 눈도 침침해진다. 비가 오는 날은 쑤시는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노화의 징조다. 법률상 ‘노인’과 노인이 아닌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만 65세다. 평균 수명의 증가로 의료계 일각에서는 노인의 기준을 만 70세나 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건강의 적신호가 켜지는 연령대는 다름 아닌 50대다. 40대까지만 해도 건강에는 자신 있다던 이들도 50대가 되면 갑작스런 노화에 따른 신체적 변화에 놀란다. 50대에 접어들면 각종 만성질환 발병이 늘고, 면역력 감소로 인해 감염질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50대는 40대에 비해 만성질환자가 급증한다. 40대가 평균 1.7개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면, 50대는 이보다 많은 2.4개의 질환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당뇨병은 40대에 6.6%에 불과하던 수치가 50대에 접어들면서 13.8%로 2배 가까이 증가한다. 40대 초반부터 스트레스로 인한 만성 위염으로 약을 먹던 남성이 50대에 접어들면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이 발생해 하루에 2∼3가지 약을 먹는 것은 익숙한 모습이다.

만성질환과 함께 증가하는 질환이 면역력 감소로 인해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의 침입을 받는 감염질환이다. 주위에서 감기, 독감, 폐렴 등으로 고생하는 50대 이후의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 중에서도 폐렴 및 폐렴구균성 질환은 50대의 새로운 적이라 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 각 기관의 면역력이 떨어짐에 따라 외부 균에 약해져서 폐렴이나 폐렴구균성 질환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더구나 만성질환자는 정상인보다 면역력이 더욱 낮아 폐렴 등 감염질환의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그러나 치료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으로 인해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발생률이 높은 폐렴도 십여 일의 입원 치료는 기본이고, 폐렴구균으로 인한 패혈증이나 뇌수막염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긴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50대든, 만성질환을 가진 50대든 폐렴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강조된다.

50대 이후 감염질환, 특히 폐렴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뭘까? 우선 적절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손을 자주 깨끗이 씻고 주위환경을 청결히 유지하는 등 개인위생에 힘쓴다. 둘째, 백신 접종을 통해 폐렴구균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 성인도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지만 폐렴 및 폐렴구균성 질환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1회 접종으로 높은 면역 기억 효과를 볼 수 있는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50대, 특히 만성질환이 있어 합병증으로 폐렴 발생률이 높아지는 경우에 더욱 권장된다.

50대를 일컬어 공자는 ‘지천명’, 즉 하늘의 뜻을 알게 되는 나이라 했다. 하지만 이는 평균 수명이 40∼50세에 불과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평균 수명 80세를 넘었고, 100세 시대를 내다보는 요즘, 50대는 하늘의 뜻을 알기보다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먼저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50세에 판가름난다는 것을 명심해 질병예방에 힘써야 할 것이다.

/김형원 내과원장·광주전남 개원내과의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