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으로 살면서 가장 황당할 때는 “스님 사주 볼 줄 아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다.

신도님들이나 일반인들이 사주나 관상 등을 물을 때 스님들은 공부를 하거나 도를 수행해 도를 얻으면 미래를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다.

작금에는 불교에도 여러 가지 종파가 많다고 하며, 더러는 사주 등을 봐주는 스님들이 있다고 한다. 나는 대한 불교 조계종 소속된 스님이다. 지금까지 스님으로 교육을 받아 오면서 사주나 관상 등에 대한 교육은 받지 못했다.

부처님께서 봄에 씨를 뿌리기 위해 밭을 가는 바라문의 땅을 지나가게 되셨다. 바라문이 자신은 소출을 위해 열심히 농사를 짓는데 당신 수행승께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하자, 부처님께서 나도 수행의 결실을 위해 당신과 같은 과정을 행한다고 시로써 대응하셨다.

바라문이 그 시를 듣고 “훌륭한 시”라며 죽을 드시라고 부처님께 드리자, 부처님께서 수행자인 비구승은 상구식과 하구식을 하지 않으신다 하시고, 그 죽을 근처의 연못에 버리셨다.

여기서 하구식은 소득을 위해 허리 등을 구부려 일하는 것으로, 그렇게 얻은 음식이나 소득은 먹거나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상구식은 천문이나 사주 관상 등으로 얻은 음식이나 소득은 먹거나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수행자는 소득을 바라고 일해서는 안 되며, 오로지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라는 가르침이다.

인간이 자신의 미래를 궁금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다. 더군다나 어려운 일, 큰 일을 하려 할 때는 더욱더 노심초사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일은 조건과 관계 속에서 변화해 가는 것이 아닌가. 흔히 하는 말로 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생성된 물질이라고 한다. 이렇듯 모든 문제는 물질만이 아닌 인관 관계 속에서 사실의 생성과 변화, 조건과 관계가 서로 맞아야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연기법이라고 말한다.

조건과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과 말일 것이다.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며, 어떻게 말을 하느냐가 자신의 문제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유명한 수학 강사가 되고 싶다고 하면, 그 사람은 그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먼저, ‘무엇이 될 것인가’ 또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남보다 우수하고 뛰어난 수학 실력을 얻게 되고 그는 수학 강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또 다른 특별한 미래가 있거나 사주팔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사주나 관상에 신경 쓸 이유가 없고, 또 스님이 그런 것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수행을 통해서 미래를 알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 초능력을 얻는다면 그래서 도를 깨달은 사람이 마음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런 도인은 없는 것이다.

수행을 해서 얻은 것은 이치를 아는 것으로, 즉 모든 것은 조건과 관계에 의해서 생성, 변화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즉 수행은 전지전능한 초능력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경에서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나의 행동한 모습이요,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의 행동과 말과 생각, 그리고 우리가 어떤 행동과 말과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라고 한다. 우리가 모두 이러한 사실을 분명하게 이해한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 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종서 화엄사 수도암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