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서 예수님 부활은 반전(反轉) 사건이다. 요즘 드라마에서는 상황이 갑자기 반전되면서 재미가 더해 가기도 한다. 그렇듯 예수님 부활 사건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최고의 반전사건이요, 그래서 그리스도인에게 최고의 기쁨을 선사하는 사건이다. 예수님의 부활은 예수님 당신의 여정이 헛된 것이 아닌 참된 여정이었음을 증명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그리스도인의 인생이란 ‘반전(反轉)의 인생’이다. 반전을 이루는 인생, 바보처럼 보이지만 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생, 죽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더 새롭게 되어가는 인생들 말이다. 사도 바오로는 코린토 2서 6장 8∼10절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는 속이는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진실합니다. 인정을 받지 못하는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인정을 받습니다. 죽어 가는 자같이 보이지만,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벌을 받는 자같이 보이지만, 죽임을 당하지는 않습니다. 슬퍼하는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늘 기뻐합니다. 가난한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많은 사람을 부유하게 합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그리스도인들은 반전(反轉)을 이루는 사람들이다. 비록 세속에서 살지만, 이미 하늘나라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세속 안에서도 영적인 가치를 추구하다 보니 세상 사람들이 볼 때에는 바보처럼 살아가는 것 같지만, 실은 하느님의 지혜로 살아가고 있는 빛과 생명의 존재들이다. 세상 사람들은 꽃과 같이 화려하게 드러나고 칭찬받는 인생을 추구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뿌리와 같이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희생하는 인생을 살아간다.

사실 화려한 꽃과 알찬 열매는 보이지 않는 뿌리의 보이는 표징일 뿐이다. 즉, 꽃과 열매는 보이지 않는 뿌리의 희생적인 삶을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드러내는 수단으로, 뿌리의 본 모습이요, 아름다움이며 충만함이다. 뿌리 없이 꽃은 피어날 수 없으며, 뿌리 없이 열매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뿌리와 같은 삶을 살아서 자신의 화려한 꽃과 충만한 열매를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실현시키기 위해 반전(反轉)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4년 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잠언집 ‘바보가 바보들에게’에서는 아홉 가지 인생덕목(人生德目)이 소개되고 있다.

‘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나오기에 세 번 생각하고 입을 열라’는 첫 번째 덕목, ‘옷은 헤어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으니 수입의 1%를 책 구입에 투자하라’는 두 번째 덕목,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노점상이 원하는 대로 주고서 사면 그에게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니,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라는 세 번째 덕목, ‘웃음은 만병의 예방약이며 치료약이고, 노인을 젊게 하며 젊은이를 동자(童子)로 만들어 주기에 웃는 연습을 생활화하라’는 네 번째 덕목 등을 비롯해 모두 아홉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도 아홉 번째 덕목이 나의 마음에 가장 와 닿는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라며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칠십년이 걸렸다”라는 추기경님의 고백. “가슴으로 하는 사랑을 하라”는 그 말씀 안에 반전 인생이 환하게 그려진다.

/김관수 천주교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장·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