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의 화두는 갑과 을의 불평등한 관계이다.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부자 중에서도 최상층은 더 큰 부자가 되며 중산층은 공동화되어 가난한 사람이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사회적 기회는 기득권자들이 독식하고 있다. 양극화의 심화와 승자독식이라는 불평등은 우리들이 해결해야할 공동의 숙제가 된 것이다.

모든 종교와 사상은 이념적으로 평등을 주장하나 현상적으로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 보편적 태극의 리(理)를 주장하면서도 현실의 남녀 귀천의 차별을 기(氣)의 차이로 간주하여 차별대우를 정당화하며, 보편적 불성(佛性)의 평등을 강조하면서도 현실적 차별을 개인의 업에 따른 업보로, 신(神)의 피조물로 신 앞의 평등을 강조하면서도 차별을 신의 뜻으로 돌리고 있다. 이에 비해 이 땅에서 발흥한 수은 선생의 동학은 일체의 불평등 차별을 인간들이 만들어 부과한, 사회적으로 강제된 부당한 차별임을 천명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불평등에 철저히 저항했던 사건은 동학농민혁명이다.

역사에서 아이러니는 조선왕조의 지배자와 식민제국을 꿈꾸던 일본은 다 같이 동학농민군을 철저히 제거했다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지배자 입장에서는 암적 존재로 여겨져 이런 평등사상이 전파되면 지배의 이데올로기가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공유되었던 것이다.

동학농민혁명 제2차 봉기 때 집강소를 설치하고 폐정개혁안 12개조를 제안한다. 이 내용을 지금의 관점으로 살펴보면, 공무원과 재벌의 비리를 철저히 조사 처벌할 것, 국내자본의 해외 유출을 금할 것, 부동산 투기를 금할 것, 남녀차별을 폐지할 것, 뇌물 청탁에 의한 인사비리를 조사할 것 등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삶의 터전인 토지와 자본이 공정히 배분되고 신분과 지역차별이 없는 사회건설이 동학농민혁명의 이상이었다면 불평등한 이 시대의 과제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동학농민혁명은 진행형이다.

소수의 강자는 자신의 이익이 나머지 다수의 약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관념을 심어 주기 위해 갖은 방법으로 설득하고 있다. 잔을 피라미드같이 쌓아놓고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채워야 아래로 흘러넘치듯이, 대기업과 대도시가 잘 되어야 중소기업과 지방에도 그 혜택과 여파가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라면 역사는 기득권이 영원히 보존되는 형국이 될 것이며 아마 기득권자들은 이런 세상이 영구화되길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에서 불평등은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 시장과 정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불평등의 대가를 알아야 하며 불평등은 강자든 약자든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주지시키고 있다.

원불교의 교조이신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는 강자와 약자가 서로 바탕이 되고 의지가 되므로 공정한 자리에서 자리이타(自利利他)가 되도록 강자약자가 진화되어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소수의 강자는 다수 약자의 도움이 없이는 그 혜택을 유지할 수 없으며, 강자의 풍요는 다수 약자의 노고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또한 다수의 약자는 소수 강자의 욕심에 타협해서는 안 되며 소수 강자에게 이로운 것이 자신들에게 이로운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감성적으로 강자에 대한 인신공격의 비난이나 약자에 대한 동정에만 빠지지 말아야 한다. 이 불평등의 해결을 개인의 노력에만 미루지 말고, 강자와 약자가 쌍방 이익이 되는 사회적 보호망을 마련하는 집단지혜가 요청된다. 할 수 있는 것부터 불평등의 고리는 끊어가야 한다.

/방길튼 원불교 나주교당 주임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