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고 노력 끝에 그 추세가 약간 꺾였다고 하지만, 살기 어려운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여 결혼의 시기도 늦어지고, 아이들의 숫자도 둘 아니면 하나이다. 셋을 갖은 부모는 필시 여유로운 가정이거나 아니면 앞으로 자녀의 양육을 위해 부모 자신들의 노후는 포기해야할 것으로 주변의 걱정을 한 몸에 안게 된다.

어렵게 갖은 아이들이어서 그럴까? 금이야 옥이야 키운다. 좋은 음식과 좋은 옷은 물론이고 엄청난 사교육을 투자한다. 그러면서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직업을 갖기를 기원한다. 아이들이 기특해서인지 부모들의 극성스러운 세뇌가 원인이었는지 지난 5월의 신문 기사에 소개된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가 흥미로웠다. 전교조 경남지부가 초등학교 5∼6년생들에게 설문한 결과에 의하면 1위와 2위가 교사와 공무원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예술가와 연예인을 꿈꿨다고 한다. 또 다른 뉴스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는데, 연예인과 교사, 공무원, 전문직 그리고 운동선수가 상위권에 뽑혔다고 한다.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꿈을 얘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선하지만, 나는 이들의 꿈들이 아쉽기만 하다.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다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을 희망하게 할 수 없을까 고민된다. 왜 이렇게 안정적이지만 소극적으로 보이는 꿈을 희망할까?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꿈을 이렇게 방치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물론 직업의 귀천이 없고 이의를 제기할 분이 많겠지만 이들의 직업은 국민들의 세금을 쓰는 직업들이거나 경제적 파급효과가 다른 직업에 비해 미약한 것들이다. 교사와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세금을 사용하는 직업들이다. 우리들에게는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직업들을 갖게 하고 그들이 비좁은 국내보다는 세계로 뻗어나가 경제활동을 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경제적 이익이 배분되고 세금을 통해 국부가 확대되고 결국은 좀 더 촘촘한 복지체계가 갖춰지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데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까? 첫째는, 개구쟁이와 말썽쟁이를 허락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읽는 위인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은 하나같이 어려웠고 말썽꾸러기들이었다. 호기심에 대한 작은 성취와 실패들이 위인들에게 도전의식을 불러 넣어 줬고 타인들과 차별성을 갖게 했다. 엄친아였던 위인들은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훌륭하게 커주길 바라지만 부모들은 엄친아가 되기를 기대한다. 말썽꾸러기를 부끄러워하고 꾸짖는다. 당장 착실하기만을 바랄 뿐 미래에 대단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공무원이 돼서 정년이 보장되기를 바란다. 부모들이 바뀌어야 한다.

둘째는, 사업가나 기업가 그리고 발명가와 같은 연구자들이 좀 더 아이들에게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애플의 창시자이면서 아이폰으로 세상 사람들의 습관을 바꿔버린 스티브 잡스나 인류의 삶을 첨단화시킨 빌게이츠 그리고 세계 최고의 제품을 발명해내고 시장을 지배해나가는 우리나라의 기업과 기업가들 그리고 연구자들을 ‘슈퍼스타 K’ 못지않게 방송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더욱 자주 접하고 그들을 흉내 내고 싶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과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 꿈은 언제 완성되는가?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은 아니다. 40대와 50대에 인생의 절정기에 완성되는 것이다. 대학생활과 젊은 날은 한낱 과정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이 가지 않는 과정을 거쳐도, 대학과 젊은 날을 실패하고 고난의 시기를 갖더라도 꿈의 성취여부는 중년의 나이에 평가되는 것이다. 어른의 바람을 아이의 꿈이라고 각색하지 말자 엉뚱한 아이들의 꿈을 스스로 갖게 하자.

/임명재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