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선생이 대통령이 되고자 한 것은 세상을 바꾸어 사람이 주인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기에는 그를 둘러싼 조건이 너무 나빴다. 집안, 학력, 지역적 배경 모두 그랬다. 당연히 그의 앞에 놓인 장벽은 두터웠고 수많은 실패가 말해주듯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준비했으며 용감하게 도전했다.

죽음 앞에서도 이 행진은 계속되었다. 그의 표현대로 “두려워 울면서 미래를 설계했다.” 이런 용기 있는 삶은 국민에 대한 사랑과 “역사의 뒤편에는 정의와 진실을 주관하는 신이 계실 것”이라는 그의 굳건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정치인 김대중을 좋아하지만 자연인으로서 김대중, 사상가로서 김대중을 더 좋아한다. 나는 그가 경험한 수많은 실패와 역경이 오히려 그를 강하고 깊이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의 시련과 역경을 사랑한다. 정치인 김대중은 4년 전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사상가로서, 삶의 위대한 스승으로서 김대중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그의 삶에서 꿈과 비전의 중요성을 발견할 것이다. 팍팍한 삶에 지쳐 있는 사람들은 그의 고통과 도전정신에서 용기와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남북한 간의 대립을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며 민주화운동과 평화·통일 운동의 허리띠를 다시 동여맬 것이다.

위대한 인물은 특출한 개인이면서 동시에 대중과 함께하는 사람이다. “반보만 앞서가라”는 그의 말처럼 김대중은 항상 대중과 함께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가 대중과 함께 한 방식은 현존 세력의 단순 대변이나 영합의 방식이 아니라 발전적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하여 보다 나은 사회로 이끌고 나가는 미래지향적 성격이었다. 그가 한국과 아시아에서도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역설하며 반독재투쟁을 이끈 것이나, ‘빨갱이’ 논리가 판을 치는 나라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만이 한민족과 동북아의 번영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역설한 것은 그가 가치 지향적이고 창조적 리더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계화 시대에 글로벌 리더는 세계인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 즉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김대중을 자랑스러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노벨평화상이 말해주듯 그가 세계인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를 위해 헌신한 글로벌 리더라는 점이다. 한국의 범위를 넘어서 아시아 지도자들 중에, 김대중만큼 글로벌 리더로서 훌륭한 자격을 갖춘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대중의 성공은 민주·평화세력, 지역적으로는 호남인들과의 단단한 결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대중과 그의 지지자들은 민주주의, 평화와 통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가치와 이념을 토대로 결합했다. 그의 반대파들은 김대중과 호남인의 결합을 지역감정으로 폄훼했지만, 김대중과 호남인 모두 인류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를 토대로 결합했고, 그렇기 때문에 당당할 수 있었다. 바위 같은 단단한 결합이 있었기에 오늘의 민주주의가 가능했다.

민주평화세력과 호남인들은 김대중과의 결합을 통해 한국의 역사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되는 데 대해, 그리고 이런 결합을 통해 세계적 인물을 배출한 데 대해 무한한 자긍심을 갖는다. 이번 주는 김대중 선생의 서거 4주년이 되는 주간이다. 우리 모두 그의 철학과 애국·애족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의 정신적 원천으로 삼자. 김대중 선생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