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다. 8월의 더위는 폭압적이다. 모든 생명을 목마르게 한다. 더울수록 푸른 숲이 그립다.

공상을 해 본다. 무등산 정상에서 큰 새를 타고 곳곳에 꽃씨를 뿌려 계절 따라 온 도시를 꽃밭으로 가꾸는 정원사의 꿈을 꾸어 보며, 아스팔트를 갈아엎어서 나무를 심는 상상도 해 본다. 우리의 도시는 자연과 단절된, 자연으로부터 격리된 환경이다. 도시는 인공의 도시이고 자연은 도시 밖의 생태로 여긴다. 그래서 주말이면 자연과 함께하기 위해서 그 많은 사람이 도시 밖으로 나가 산천을 즐기는 것이리라.

인류의 문화 중에서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것은 논이라 볼 수 있다. 논은 물을 담고 있는 작은 저수지이면서 벼가 자라는 자연으로 논길을 걸으면 기분이 좋은 것은 이곳이 산소의 생산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태와 인공이 어우러진 도시는 불가능할까? 무위(無爲)와 유위가 어우러진 도시는 과연 불가능할까?

이제는 채우는 도시가 아니라 비우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비어있는 평지에 숲을 가꾸자. 구도심의 주택을 구입하여 그곳을 비우는 허(虛)의 행정을 하자. 이 빈자리를 숲으로 가꾸어 이런 소공원을 골목으로 이어보자. 이 길을 추억의 거리로 가꾸고 키 작은 나무와 넝쿨식물 심어 근대문화와 생태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가꾸어 보자. 가능한 곳부터 전선을 지중화하여 가로수를 키워 녹색거리로 만들자. 그래서 시원한 녹음의 도시를 만들어 보자. 분명 허의 행정은 생태와 문화의 행정으로 당장은 비실용적이고 귀찮은 행정일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론 주민을 위한 행정이다.

도시가 사람이 사는 생태의 환경이 되기 위해서는 비워야 한다. 도시는 인공과 생태가 어우러져서 사람이 살기 좋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 눈에 보기만 좋은 것이 아니라 냄새가 좋은 도시, 맛과 촉각을 깨우는 도시, 청량한 숲의 도시여야 된다.

도시를 자연이 배제된 도시에서 자연과 교류된 생태도시로 가꾸자. 그러기 위해서는 허의 행정이 요청된다. 자꾸 비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로수도 그냥 나무만 심을 것이 아니라 가로수가 공원이 되고 땅과 공존하도록 하며, 가로수를 예술작품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철제탑이나 담쟁이 넝쿨 등을 심어 철재의 인공과 식물의 생태가 어우러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은 자연의 법칙이 있다. 천지는 우리에게 주야의 성실함을 보여주고 있고 무등산에 오르면 호연지기의 광대한 마음을 열어준다. 이처럼 자연의 법칙을 준칙으로 존중하는 사회이기를 바라며 이런 자연의 준칙에 따라 행정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자연을 가까이하고 천지를 소중히 하자는 것은 바로 이런 천지의 준칙을 수용하자는 것이다. 천지가 온 만물을 다 수용하고 다 안아주듯이 우리도 천지 같은 마음과 천지 같은 행정을 하자는 것이다.

원불교의 교조이신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는 천지의 도와 덕을 설파하셨다. 천지가 우리가 사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관계로 이 천지의 도가 운행되어 우리가 그 은덕을 입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삶과 행정이 천지자연의 준칙을 선생님 모시듯이 하여 문명 속에 자연이 배어들어 서로 조화로운 삶이기를 바란다. 즉 도시가 천지자연의 생태와 인공이 어우러지는 생태가 인공이고, 인공이 생태인 도시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

그런면에서 순천만을 보호하고 아끼기 위해 그 앞에 완충지대로 정원박람회장을 마련한 것은 순천시민들의 지혜요, 탁견이다.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