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 보면 봉사 단체도 많아 졌고 ‘재능기부’라는 표현을 많이 듣는다. 흔히 선진국을 말할 때 꼭 빼놓지 않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시민의식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시민의식이 보편화되어 있는 곳에서는 봉사와 기부가 곧 생활이다.

통계 수치를 보면 봉사의식이 세계적으로 뛰어난 우리나라는 10대부터 사회봉사 참여율이 무려 79.8%에 달하고 각 연령층 모두 10%대의 봉사자들이 있다. 길 가다 만나는 열 사람 중에 한 명 이상은 자원봉사자인 셈이다. 하지만 그 실상을 살펴보면 겉모습만 그럴듯한 봉사활동에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발간한 ‘2011 사회복지 자원봉사 통계연감’에 따르면, 국내 활동 자원봉사자는 153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중 10대가 70만4095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20대가 25만5346명으로 뒤를 이었다. 10대, 20대의 기형적으로 많은 자원봉사자는 봉사가 이미 스펙 쌓기로 변질되었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봉사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는 오히려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고 있는 30대, 40대의 자원봉사 비율이 가장 높다. 따라서 봉사의 질 또한 매우 우수하다. 뿐만 아니라 65세 이상의 노인층에서도 자원봉사 비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결국 봉사는 특별한 연령층에 국한되어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이요, 삶 자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변질된 부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랑의 실천을 통한 자아실현을 이루고 공동체라는 의식을 갖게 하는 부분은 상실되어가고 오히려 스펙이나 경험, 자기 자랑을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학생 때 어쩔 수 없이 타의에 의해 잠깐 하는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보니 평생을 통해 이웃을 사랑하고 자기 재능을 기부하려는 마음들이 없어져 버린다.

이런 점들은 개인적인 오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기관마저도 근본적인 자원봉사의 의미를 일깨워 주려 하지 않고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것은 다반사다. 오히려 값싼 노동력으로 오인해 착취하거나 봉사가 아닌 허드렛일을 시켜도 되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자원봉사에는 3가지 장애요소가 있다. 첫째는 자원봉사를 하고 인증 사진을 찍으며 성과에 치중하는 그릇된 행태이다. 두 번째는 어떤 유명한 기관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든지 해외에 나가서 봉사했다든지 남들에게 허세부리며 자랑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봉사의 과정과 의미인데 말이다. 세 번째는 자기중심주의다. 자원봉사는 자기만 생각하는 마음을 지니고서는 하기 힘들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그 사람은 ‘이 사람이 자기 이익을 위해서 봉사활동을 하러 왔구나’라고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자원봉사를 할 때 측은지심으로 봉사를 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다. 특히 스킨십이 최고의 자원봉사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자원봉사는 공평하게 해야 한다. 험상궂은 사람에게는 봉사하지 않고 귀여운 아이만 잘해주면 누군가는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원봉사는 친구를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통을 겪어왔다. 그만큼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통과 허물을 짊어지고 갈 수 있는 ‘친구’의 모습으로 다가가야 한다. 함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뢰’이다. 다가가고 싶으면 먼저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원봉사는 어느 특정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사회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사회는 조금씩 변화될 수 있다. 몸에 베인 사랑의 실천은 자기가 어느 위치에 있든지 봉사자의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다.

권력, 돈, 명예, 지식 등 이 모든 것이 이웃을 위한 자기의 재능으로 인식된다면 이 사회는 지금보다 더 밝고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