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 광주 금남공원(옛 한국은행 광주·전남지역본부)에선 아주 특별한 무대가 열렸다. 광주 시립극단(단장 박윤모)의 판타지액션 연극 ‘전우치’다. 야외공간을 가득 메운 300여 명의 관객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마술과 무술액션이 어우러진 연극을 즐겼다.

무엇보다 공원 주변의 자연과 계단을 활용한 입체적인 무대는 실내 공연장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감흥을 선사했다. 지난달 28일부터 5차례 펼쳐진 야외연극에는 약 1500여 명의 관객이 찾았다. 평소 볼거리가 없어 한적했던 금남공원은 오랜만에 ‘손님’들을 맞이했다.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이는 금남공원을 보니 6년 전 뉴욕 한복판에서 접한 영화의 감동이 떠오른다.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스팅’이다. 두 사기꾼들의 명연기와 경쾌한 피아노 OST, 그리고 허를 찌르는 마지막 반전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주 오래된 영화를 새삼스럽게 운운하는 건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어서다. ‘스팅’을 만난 곳은 영화관이 아닌 브라이언트 파크 필름 페스티벌에서였다. 맨해튼의 심장부에 위치한 공원의 입지조건을 살려 매년 6∼8월까지 클래식 영화를 상영하는 축제다. 이날 뉴요커들은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겨 시원한 밤 공기를 마시며 올드무비를 즐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기간 매주 목요일엔 ‘브로드웨이 인 브라이언트 파크 페스티벌’이 뉴요커들을 공원으로 불러 모으고 9월에 접어들면 브루클린 필 하모니가 브라이언트 페스티벌의 바통을 건네 받는다. 3월부터 10월까지 연중 펼쳐지는 다양한 이벤트 덕분에 브라이언트 파크는 뉴요커들의 휴식처이자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도심속 공원’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금남공원과 브라이언트 파크의 위상은 크게 다르다. 바로 ‘콘텐츠’ 때문이다. 금남공원은 보행자가 많고 예술의 거리, 아시아 문화전당과 인접해 있지만 이들을 끌어 들이는 상설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그나마 6년동안 매월 한차례 이곳에서 열렸던 ‘광장음악회’(대표 정찬경) 마저 올해 광주시가 지원을 중단하면서 인적이 뚝 끊겼다.

물론 금남공원은 존재 자체만으로 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콘텐츠가 없는 한 시민들을 ‘머물게 하는데’ 한계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그곳에 가면’ 항상 볼거리가 있는, 문화쉼터로 가꾸어야 한다. ‘광장음악회’, ‘전우치’와 같은 무대가 롱런해야 하는 이유다.

〈편집국 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