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이라는 행사의 두 가지 퍼포먼스가 있다. 하나는 천지자연에 대한 감사이며 다른 하나는 선조와 부모에 대한 고마움이다. 일 년 중 이날만이라도 선조의 묘소를 찾아서 나를 있게 해준 혈연에 대한 고마움과 나를 길러주고 가르쳐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보는 것이다.

추석을 맞아 효(孝)를 생각해 본다. 조선의 이데올로기는 효와 예였다. 충(忠)도 효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황당하다. ‘효’와 ‘예’는 조선왕조의 지배 이념으로 상하의 불평등한 신분관계를 뒷받침하는 불온한 정치도구였던 것이다. 어찌 효만을 문제 삼을 수 있겠는가? 사회계약론에 따른 근대국가의 권력도 불순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의 출발은 부모에 대한 보은이었다. 향후 이것을 지배이데올로기로 왜곡시킨 것이 문제이지 그 본의는 보은사상이었던 것이다. 부모가 없이 태어날 수도 또 부모의 도움이 없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효의 기본이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산업일꾼으로 앞만 보고 일만 했던 세대와 위로는 어른을 봉양해야 하나 정작 자신의 자식에게는 봉양을 보장받지 못하는 낀 세대가 있다. 또한 세대간의 갈등으로 젊은 세대는 앞 세대의 빠른 은퇴를 요구하고 노인 세대는 지속된 일자리를 보장받기를 바라고 있다. 아울러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으며 자녀감소로 인하여 뒷 세대는 앞 세대를 떠안을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경쟁사회와 소비사회는 갈수록 인간을 자본증식의 도구와 소비의 주체로 분열시킬 것이다. 그러기에 추석과 같은 가족공동체의 명절이 지속되리라 낙관할 수만은 없다. 고향이라는 공통분모도 귀성이라는 문화도 희박해질 것이다.

앞으로의 효는 혈연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바뀌어야 될 것이다. 이웃사촌이란 말처럼 이젠 사귀는 공동체가 새로운 가족이 될 것이다. 1인 세대가 늘어가고 있다. 다세대 주택의 경우도 함께 공유하는 교제공간이 생기고 있다. 취미와 봉사 그리고 서로 사교하는 의미 있는 만남을 주선하는 협동조합도 생길 것이다. 이런 활동이 새로운 가족으로 승화될 것이다.

원불교의 교조이신 소태산 박중빈 선생은 부모은(父母恩)을 천명하시고 부모보은을 하도록 하셨다. 소태산은 부모의 은혜를 태어나게 해주신 은혜, 길러주신 은혜, 가르쳐 주신 은혜로 설명하고 있다. 태어나게 해준 일체의 인연이 부모이며, 길러주고 가르쳐 주면 다 부모인 것이다. 결국 혈연뿐만 아니라 도움을 주고받는 사회적 인연이 부모인 것이다.

이제 효를 가정 안의 문제로 국한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와 국가의 몫이 있다는 것이다. 뒷 세대가 앞 세대를 봉양하고 존중하는 복지정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복지는 소비만이 아니라 생산적인 과정이며 인간이 인간에게 행하는 배려이며 존중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적 효가 대두되어야 한다. 인간은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일하는 목적은 여가를 즐기며 특히 인생의 말년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끝없는 경쟁과 욕심에 몰아넣기보다는 적정선의 생활보장 속에서 어울려 살 수 있는 공동체 문화가 선재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우리의 행복은 사회적 효를 어떻게 합의하고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와 주거 그리고 교통과 에너지는 공공재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