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이 끊긴 지 10여 년이 된 옛 직장 동료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부친상을 당했다는 소식이다. 변명을 허용하지 않는 휴대전화의 완벽한 연결성에 놀랐다. 휴대전화가 전화번호라는 강력한 ‘접착제’로 모든 사람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과 타인을 완벽하게 연결하는 사회를 마누엘 카스텔은 ‘네트워크 사회’라고 불렀다.

미국조사기관에 의하면 한국이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라고 한다. 스마트폰 종주국인 미국은 10위 안에도 끼지 못한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으로 연결된 촘촘한 사회적 그물망 안에서 살고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는 유리알 같은 투명한 사회로 빠르게 진행되어 가고 있다.

모처럼 서울에 가는 날이면 지하철을 이용한다. 빈자리가 날 때까지 서 있노라면 자리에 앉은 젊은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다. 어떤 사람은 음악을 듣고, 어떤 사람은 인터넷을 검색하고, 어떤 사람은 문자를 주고받는다. 내릴 때까지 모두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대단한 집중력이기도 하지만 전자기기의 예속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지하철에 앵벌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구걸도 눈이 마주쳐야 하는 데 사람들이 핸드폰만 들여다보니 이해도 된다.

이렇듯 혼을 쏙 빼놓은 스마트폰은 도대체 우리에게 무엇일까? 핸드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주 영악하게도 사람을 옭아매고 있음을 본다. 하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하지 않으면 왠지 고리타분하고,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이슈들을 모르면 아무 생각 없는 사람처럼 취급받는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요즘 사람들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찾고, 화장실 갈 때나, 밥 먹을 때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지하철에서도, 환승하기 위해 계단을 오를 때도, 컴퓨터 부팅 시간조차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을 멀리 놔뒀을 때 초조함을 느낄 경우 ‘스마트폰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젊은이들일수록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를 원한다. 그 과정에서 SNS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본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생긴 새로운 문화가 아닐까 싶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비교적 엄격히 구분되어 왔던 공공장소와 사적장소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음을 본다. 그에 따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데 따른 부담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축구선수 기성용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것을 보았다. 친절함과 편리성을 자랑하는 SNS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칫 우리는 스마트폰의 주인이자 노예일 수 있다. 주인으로 쭉 남으려면 자각의 시간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들여다보느라 충혈된 눈을 잠시 붙일 새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시간을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탈출을 시도해보자. 예전에 ‘잠시 휴대폰을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광고처럼 일주일에 하루쯤 서랍에 넣어두고 살았으면 한다.

영국 속담에 ‘느리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란 말이 있다. 민족의 대 명절 추석이다. 성묘길을 다녀오고, 친인척을 만나는 하루만이라도 스마트폰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권하고 싶다. 이어폰을 뽑고 대자연의 숨소리를 들으며 보름달과 함께 못다한 이야기꽃을 피워보자. 풍성한 한가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