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주거환경은 전통 한옥에서 대부분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벌집 같은 박스형 아파트로 바뀌었다. 그러나 최근 지구촌 곳곳을 휩쓰는 한류 열풍은 우리말과 글, 전통 문화, 음식과 함께 주거인 한옥의 우수성에 우리를 눈뜨게 하였다. 필자가 네팔에서 겨울을 보낼 때 우리 전통한옥의 구들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소박한 서민의 옛 살림집으로 우리는 초가삼간을 떠올린다. 한 칸은 사방 8자(가로 세로 각각 약 2.4m)로 둘이 눕기에 알맞은 크기의 공간이다. 방 둘에 중앙마루나 부엌을 두는 세 칸이 기본을 이루었다. 이처럼 아담한 공간이지만 방문과 들창을 통하여 자연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마음이 넉넉하고 평화로울 수 있었으리라.

내가 처음 담양의 소쇄원을 방문했을 때, 이조시대의 대표적 정원이라 듣고 큰 기대를 하고 갔다. 주인이 거처했다는 3칸 기와집 앞쪽에 이보다 더 작은 기와집이 보였다. 뒤로는 산, 앞으로는 굽이치는 좁은 계곡을 보고 정원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 조상들은 소박한 건축물에 몸을 담고 자연 속에서 자연을 최대한 관조하고 누리는 방식을 택했다는 생각을 하였다.

최근에 읽은 박광수씨가 쓴 ‘한옥을 말한다(일진사)’는 수많은 전문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해도 한옥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하였다. 저자는 원목을 수입하는 일을 하다가 각국의 목조주택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 목조건축인 전통 한옥에 심취하여 한옥 목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과학적이고 탁월한 친환경 주택, 한옥의 우수성과 건축과정을 도면과 사진으로 상세하게 설명한다.

한옥의 재료는 흙, 나무, 그리고 돌이다. 흙은 바닥과 벽, 그리고 기와 밑 지붕에 부토로 쓰였다. 흙은 실내의 혼탁한 공기를 정화시키고 원적외선을 내뿜으며 습기를 머금어 사람들의 피부와 폐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황토방이 아토피 등 피부 질환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흙은 보온과 단열 효과가 뛰어나서 한옥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나무는 한옥의 주 부재로써 대부분이 지붕 쪽에 위치한다. 과거에는 소나무나 느티나무가 쓰였으나 지금은 대부분 값싼 수입목을 쓴다. 기와지붕은 육중하면서도 날아갈 듯 멋들어진 곡선이 매력이다. 처마를 길게 빼서 기둥을 보호하고 비를 피하도록 설계되었다. 겨울에는 햇볕을 많이 받고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줄이고 바람이 잘 통하여 서늘하다. 기둥하부를 5푼(1.5㎝)정도 오목하게 파고 소금이나 숯을 넣어 습기나 흰개미의 접근을 막기도 한다고 했다. 나무는 실내가구를 만드는데도 필수품이다.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어 시집갈 때 장롱을 짜주었다.

구들은 한옥의 백미이다. 구들속의 뜨거움과 연기가 수맥을 차단하고 습기를 제거하며 돌과 흙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은 지친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또 아궁이에 가마솥을 걸어 밥을 하며 타고 남은 불로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먹고 재는 거름으로 쓰이니 이보다 더 유용한 난방장치를 세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인가?

‘양옥에 살면서 일본여자를 아내로 맞고 중국 요리를 먹는 삶’을 최고로 여기던 시절은 옛말로 남았다.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한옥에 살면서 다정다감한 한국여자를 아내로 맞고 건강에 좋은 한국 음식을 먹는 삶’이 세상 뭇 남성들의 로망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