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중순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마니프국제아트페어를 둘러본 기자는 관람객들로 북적거린 전시장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니 부러웠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 그도 그럴것이 비슷한 시기에 개막한 ‘아트 광주 12’가 흥행실패로 존폐위기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이다.

마니프는 평일 대낮인데도 10대 학생에서부터 50대 중년 여성까지 관람객들로 넘쳐났다. 개막 첫날에만 2000여 명이 다녀가는 대박을 터트렸다. ‘김과장 전시장 가는날’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말끔한 양복차림의 회사원들이 많은 것도 이채로웠다.

마니프는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출품하고 부스를 운영하는 그림 장터. 작가들은 자신의 부스에서 관람객들에게 작품의 제작과정 등을 설명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뭐니뭐니해도 마니프의 성공비결은 ‘착한 가격’을 앞세운 마케팅과 ‘큰손’들을 겨냥한 맞춤형 홍보였다. 특히 그림에 문외한인 초보들도 부담없이 아트페어를 찾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았다. ‘김과장 전시장 가는날’이라는 부제를 단 이유도 ‘과장 명함’을 제시하는 관람객에 한해 동반가족까지 무료입장을 허용하기 위해서다. 전시장 입구에 ‘100만원 소품 특별전‘을 열어 주머니가 가벼운 애호가들도 끌어 들였다. 이런 마케팅 덕분에 경기침체에도 4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존폐 위기에 몰렸던 광주국제 아트페어(아트광주13·9월5∼8일)가 ‘회생’ 가능성을 남기고 최근 막을 내렸다. 한국미술협회 주관으로 열린 올해 아트광주는 국내외 유명 갤러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수준높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평소 광주에선 쉽게 볼 수 없었던 김동유, 신흥우, 정연두, 제임스 터렐, 다카하시 무라카미의 최신작을 만난 건 ‘값을 매길 수 없는’ 아트페어의 성과다.

하지만 작품판매는 그리 신통치 못해 아쉬웠다. 경기침체와 마케팅 부족으로 판매액이 12억 여원(목표액 15억 원)에 그쳤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가까스로 되살아난 아트광주가 장수하도록 미술시장을 키우면 된다. 누가 뭐라해도 아트페어의 존재이유는 판매실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광주는 미술의 도시이지만 컬렉터는 매우 한정돼 있다. 그런 점에서 지갑이 얇은 미술애호가를 겨냥한 착한 가격제와 ‘거실에 그림 한점씩 걸기’ 캠페인과 같은 마케팅을 펼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예향의 자존심을 되찾고 지역작가를 돕는 방법이다. 바라건대 내년 아트광주에선 그림을 즐기는 멋진 ‘김과장’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편집국 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