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기간 가장 스트레스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결혼에 대하여 묻는 것이라 한다. 혼기가 되었거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요사이 결혼 배우자감을 고를 때 조건을 지나치게 따지고 돈과 얼굴, 학벌, 직장, 집안배경에 과도히 집착하는 것을 본다. 언론에선 이를 당연시하며 주기적으로 기사화시키고 은근히 독자들에게 강요하며 심지어 그렇게 배우자감을 고르도록 부추기기까지 한다.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며,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고질적 병폐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이미 그런 현상이 만연돼 있다. 부정적 상승작용을 일으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는커녕 언론이 부추기는 기준에 따라 배우자감을 골라야만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현대인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떨며 결혼정보업체의 상술에 놀아나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연일 쏟아내는 스타들의 결혼 소식들에 씁쓸한 속내를 감출 수 없다. 수십억짜리 신혼집에 몇천 만원의 웨딩드레스, 수억 원의 예물들, 당일 식비만 억대가 넘는다는 이야기는 많은 젊은이에게 악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비단 연예인들의 결혼뿐만 아니라, 과도한 결혼 비용 지출은 이 시대에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과도한 결혼 비용 지출은 행복한 삶을 기대하며 시작했던 부부와 가정에 크나큰 재앙으로 다가온다. 신랑은 집을 마련하느라 은행의 대출을 받아야 하고 그것은 고스란히 빚이 되어 돌아온다. 신부도 마찬가지다. 힘에 부치는 예단 준비로 대출을 받아야 하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되어 결국 그것들은 결혼 후 해결해야 하는 채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행복한 가정의 출발점이 빚더미 속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아닌가.

2012년 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결혼을 위해 드는 비용이 남자는 7545만원, 여자는 5226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결혼을 보면 예전에는 여자가 돈 없이 시집 못 갈 때도 있었고 남자가 돈 없이 장가 못 갈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남자나 여자나 할 것 없이 돈 없어서 결혼을 못하겠다는 소리를 한다.

여류 문화인류학자 도로시 리가 조사한 푸에볼로 인디언의 혼인 풍속을 보면 신랑은 침상의 겉 틀만 메고 가고 신부는 돗자리 엮을 갈대만 머리에 이고 간다. 예식이 끝나면 신랑은 숲에 가서 나무를 꺾어다가 침상을 완성하고, 신부는 갈대로 돗자리를 엮어 첫날밤의 보금자리를 만든다. 이렇게 손수 세간을 장만해 가는 것으로 삶의 낙을 찾고 있었으며, 백인들이 세간을 사다주면 화를 내며 내동댕이치는데 자신들의 낙을 빼앗은 행위가 되기 때문이라 했다.

캐서린 안 포터의 단편 소설에 한 넝마주이의 아내가 하루에 한 조각씩의 베 나부랭이만을 주워다 이를 이어 커튼 하나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 한꺼번에 주워다가 단번에 만들 수도 있지만 더욱 고운 무늬와 보다 고운 색깔의 꼭 한 조각씩만을 주워 여미는 그 과정에서 생활의 낙을 건지고 있음이 퍽 인상적이었다. 가정의 화목이란 이처럼 외부에서 송두리째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만들어가는 그 과정에서 기대하고 노력하고 진척하고 그리고 성취하는 데서 진국 우러나듯이 우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과다한 혼수는 시집 장가간 자녀의 세상사는 낙을 약탈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사회에서 절대로 볼 수 없는 동화 같은 이야기 같다. 하지만 많은 점에서 우리를 가르쳐 주고 있다.

결혼을 위해서는 더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직 돈 문제로 인하여 생겨나는 불행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 우려하는 이러한 현상은 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남부럽지 않게 결혼식을 치르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된다. 하지만 이것이 자녀의 행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면 과감하게 양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박하고 검소한 결혼예식이 축복 된 가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