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역을 사게 되었다. 거의 5∼6년간 광주 각화동에 있는 청과물 시장 주변의 한 가게에서 미역을 사서 사용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미역은 예전과 다르게 양이 줄고 가격은 5000원이나 인상됐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국가에서 주도하는 물가 관리나 품질의 규격화 등에 대해서 별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얼마 전 농심 신라면이 ‘인체에 유해한 첨가제를 사용하였다’해서, 제품을 회수하고, 외국에서도 반품되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런 것을 보면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 국민이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해서 관리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농수산부에서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일본 특정지역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에 대해서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또 정부에서 농산물 원산지 표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관련법들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번 미역을 사고 나서 그 추이를 보면서 이런 제도들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몇 년 전 ‘신토불이’라는 먹을거리가 한창 유행이던 때 우스개 개그를 들었던 것 같다.

서울에 사는 한 가족이 휴가차 어느 지역을 가게 되었다. 도롯가에 60여 세 되시는 노파 한 분이 ‘집에서 방목한 토종닭’이라는 팻말을 삶은 통닭 옆에 걸어 놓고 닭을 팔고 계셨다. 그 가족은 그 통닭이 장사하는 할머니가 방목하여 키운 토종닭으로 생각하고 시중 가격보다 2∼3배 비싼 가격에 사 가지고 가면서 토종닭을 샀다는 생각에 여간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가족이 차를 몰고 떠나자 닭을 다 팔아서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던 노파가 주변에 다른 곳으로 가서, 이미 삶아 놓은 여러 마리 통닭 중에서 한 마리를 들고 나와 아까 그 팻말 옆에서 계속 닭을 팔더라는 개그였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나는 일 년에 필요한 기름을 만들기 위해서 시골에서 재배한 참깨를 한 말 정도 준비하곤 한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준비를 못 했다. 그래서 신도님들께 올 해는 참깨를 꼭 준비하고 싶다고 했더니, 어느 신도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스님 꼭 국산 참깨만 고집하지 마시고 중국산을 사서 쓰세요. 왜냐하면 우리 동네에 사시는 어느 분이 참깨가 필요해서 다른 마을에서 참깨 농사를 하시는 분께 참깨를 부탁했답니다. 어느 장날 시장에서 돌아오는데, 참깨 농사를 하시는 분이 참깨를 털면서 대 여섯 자루에서 중국산 참깨를 국산 참깨와 섞고 계셔서, 그 집 참깨를 사지 않았어요. 요즘 판매되는 참깨의 십중팔구는 모두 같은 사정이니 스님 그냥 중국산 참깨를 드세요.”

내가 금번에 산 미역은 예전에 비해보니 양은 거의 절반 정도 줄어든 것 같았다. 그러나 가격은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올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간 황당한 일이 아니다. 미역이 물가 관리 품목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들의 삶의 이익과 편의, 삶의 질을 위해서 물가를 관리한다는 생각을 하니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 이런 업무를 보다 철저히 수행하여 국민들이 황당한 경우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