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3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를 규탄하는 천주교인들의 시국미사가 서울광장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에 앞서 9월12일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는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광주대교구 사제들과 신자 1200여명이 5·18기념 남동성당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한 뒤, 북동 주교좌 성당까지 묵주기도 행진을 하였습니다. 이미 전국의 15개 교구 명의로 그리고 전체 2124명의 사제와 5000명의 수도자와 가톨릭 신자 1만여 명이 시국선언에 동참하였습니다.

이러한 천주교회의 현실참여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 일간지 논설위원은 “현실정치에 종교적 신념이 개입하면 위험하다”고 말하면서 ‘교회는 정치 문제에 간섭하지 말고 신앙인으로서 기도생활이나 열심히 하라’는 식으로 강변하기도 하였습니다. 여러분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여러분이 생각하시기에 교회는 정치에 참여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까? 착한 신앙인이란, 주일 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기도생활만 충실하게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까?

사실 천주교신자들 중에도 교회의 현실참여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모호한 견해를 지니신 분들도 있습니다. 드러나는 표면적인 현상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듯 보이기에, 신자들 가운데서도 ‘천주교회가 무슨 근거에서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그렇게 강력하게 뛰어드느냐’ 또는 ‘미사가 순수하게 미사이어야지 무슨 시국미사냐? 미사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말하는 신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약성경의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에서 억압받던 이스라엘 민족들을 해방시켜주신 정의의 하느님이셨고, 신약성경의 예수님 또한 당시 유다사회에서 소외받고 무시당했던 이들에 대한 공개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정의를 확연히 드러내셨습니다.

지난 5월18일 성령강림대축일 전야 미사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사랑을 실천하는 한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정치가 혼탁하다고 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정치는 계속 혼탁하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9월17일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거행된 미사 강론 중에서도 사회교리를 인용하시면서 “사랑의 높은 차원의 형태가 정치입니다. 왜냐하면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기여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천주교인이건 아니건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위정자들의 통치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위정자들이 공동선을 위해 잘 통치할 수 있도록 각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의무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어떤 식으로 위정자들이 잘 통치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할까요?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어지는 강론에서 ‘위정자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좋은 가톨릭 신자는 자신을 헌신하며 정치에 개입합니다. 왜냐하면 위정자가 잘 다스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위정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은 무엇입니까? 기도입니다. 성 바오로가 말했습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왕이나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십시오’라고요. 위정자를 위해 기도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좋은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그가(위정자가) 회개하도록 기도하십시오! 기도하라는 이 말은 저의 말이 아닙니다. 성 바오로의 말씀이고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여러분은 천주교회에서 드리는 미사의 의미에 대해 아십니까? 미사는 우리가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께 드리는 가장 숭고한 예배 행위이며, 천주교회의 공적인 기도 가운데에서 가장 큰 기도입니다. 예수님께서 미사의 집전자이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국미사는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라, 천주교인들이 위태한 시국을 위해 그리고 위정자들의 회개를 위해 당연히 드려야 하는 최고의 기도인 것입니다. 천주교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여러분 모두를 시국미사에 초대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