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로 우리나라의 의료 발전은 무에서 유를 창출했으며 현재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로 인해 국민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 100세를 바라보는 정도까지 왔다. 이러한 발전의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의료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 의사 수는 불과 수백 명에 불과했으며, 병원다운 시설도 갖추지 못했고 더욱이 6·25 전란을 겪으면서 그나마 황폐화됐다. 영유아 사망률이 1000명 당 300∼400명에 이르고 대부분이 돌을 넘기기 어려웠다. 한국 사람의 평균 수명도 35세 전후이며 각종 질병 및 전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60∼70년대만 하더라도 질병에 걸리더라도 치료받을 만한 의료시설은 물론 의료인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며, 외국 선교사들의 의료가 그나마 한 가닥의 등불이었다.

현재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 겪는 의료시설과 환경을 유추해보면 짐작이 가며, 우리 의료선교인들이 저개발국가에서 행하고 있는 의료선교사업과 비슷한 실정이었다. 다행히 유능한 인재들이 의료계에 진출하면서 미국식 선진의료시스템을 공부하고 수련 받고, 외국에 가서 연구하고 연수를 하는 등 갖은 노력으로 우리 의료 수준은 하루가 멀다하고 발전을 거듭해왔다.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적인 차이, 유색인종으로서의 차별대우,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공부했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들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한 노력과 열정, 우리 국민들의 우수성 그리고 애국심이 선진의료로 발전시키는 밑거름이고 원동력이었다. 참으로 선배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 후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가 80년대 중반에 정착되면서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전국민이 언제 어디서고 가장 쉽게 이용하는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저수가로 현재 의료계가 지탱해 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전국민들에게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정치적 슬로건으로 4대 중증 환자들의 보장성 강화 등 연일 의료계 발전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의료보험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일부 의료항목들의 보험 보장성 강화를 하면서, 의료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로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우리 의료계는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서울대병원 등 5대 병원과 대형 병원들의 적자들이 눈덩이처럼 커가고 있으며, 연구 및 교육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 발전과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투자 역시 가로막혀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의료현장 종사자들의 처후 개선에도 큰 어려움이 있으며, 이는 곧바로 의료의 질 및 서비스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는 곧바로 국민 피해로 돌아가고, 현재 의료시스템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일으키기에는 험난한 여정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에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중요한 의료 정책을 의료계의 의견과 현황을 고려치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예를 들어 병원 식대를 의료보험화하면서 최저수가로 책정함으로써 환자들에게 필요한 적정 칼로리 및 영양상태를 배려해주는 식단을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그 피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디 의료정책을 입안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라도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들이 참여해 정책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