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도 마케팅하는 소비 사회
2013년 11월 08일(금) 00:00 가가
김 관 수
천주교 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장
천주교 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장
11월 7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수능특수를 노린 얄팍한 상술들이 판을 치곤 합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식품매장에서는 어김없이 ‘합격 사과’와 ‘합격 감’이 수능 기획 상품으로 등장해 평상시보다 훨씬 비싸게 판매되었습니다. 수십만 원 호가하는 ‘합격 부적’은 말할 것도 없고, ‘왠지 시험 전날 죽을 먹으면 죽 쓸 것 같았던 생각’도 이제는 불낙죽(불고기와 낙지 죽)이 수능 전날 꼭 먹어야 할 ‘절대 당첨 완소 이벤트’로 자리 잡아가면서 하나의 기우가 되어 버렸습니다. 왜냐구요? 죽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어느 유명브랜드에서 불낙죽을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죽’이라는 의미의 ‘불낙죽(不落粥)’으로 마케팅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단하죠?
그렇다면, 더 다양한 수능 특수 상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느 유명 백화점에서는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를 식약청의 식용 가능 품목으로 인증받아 ‘아예 행운을 드세요’라고 수능 대박 상품으로 출시했습니다. ‘네잎클로버 일곱 개를 베개 안에 넣고 자면 합격한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하루 100개 가까이 팔렸다고 합니다. 그 네잎클로버 화분 1개가 1만 5000원에 판매되었답니다.
그 기사를 읽는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예전 시골 본당에 있을 때 사제관 앞 잔디를 살리고자 그렇게도 많이 뽑아 버렸던 클로버가 (비록 네잎클로버는 아니었더라도) 그 정도로 귀한 가치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밖에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콧물 전용티슈 만점 세트’가 판매되고 있고, ‘수능 걱정을 모두 가져간다’는 ‘워리돌 걱정인형’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우리 사회는 ‘최극강 소비사회’라고 명명하여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영국의 임상심리학자인 올리버 제임스가 쓴 ‘어플루엔자’는 이러한 소비지상주의를 과감히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의하면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소비함으로써 만족을 얻는 일종의 현대 질병인 ‘어플루엔자’에 감염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어플루엔자(Affluenza)’란 ‘풍요로운’의 뜻을 지닌 어플루언트(Affluent)와 ‘유행성 감기’라는 뜻의 인플루엔자(Influenza)의 합성어입니다.
그런데 이 책 속에 담긴 내용 중에 대단히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플루엔자는 ‘이기적 자본주의’와 그것이 양산해내는 ‘시장형 성격’의 인간이 만나 만들어진 질병이다. 이기적 자본주의는 기업의 성공을 전적으로 주식 시장의 주가로 판단하고, 공공서비스를 모두 민영화로 전환시키며, 기업 활동의 규제를 최소화하고, 부자들에 대한 과세를 제한한다. 그리고 소비와 시장의 힘이 사람들의 모든 욕구를 채워줄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마치 지난 정권 때부터 진행되고 있는 정부정책을 예언이라도 하는 듯합니다. 문득 ‘정부정책이 이러하다 보니 대학수확능력시험까지도 이기적인 자본가에게는 하나의 시장이 되고, 그렇게 얼토당토 않는 소비를 부추기는구나’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르네 데카르트의 근대 철학의 명제가 오늘날에는 페미니스트 예술가인 바바라 크루거에 의해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로 치환될 만큼, 현대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바로 ‘소비’입니다.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끊임없이 이러한 소비의 욕망을 충동질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막대한 소비를 함으로써 자신의 행복과 존재감을 찾으려고 발버둥치는 어리석음을 지녀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 모든 것은 이기적인 자본가의 얍삽한 상술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 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곧 ‘이 세상 것에 미련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서 오직 하느님의 가치를 추구하여야 만이 하늘나라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어때요, 독자 여러분. 지금까지 그토록 소비함으로써 세상의 많은 것을 소유하였던 현재까지의 삶 안에서 참 행복을 맛보지 못하셨다면 이제는 한 번 예수 그리스도의 방법을 선택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그런데 이 책 속에 담긴 내용 중에 대단히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플루엔자는 ‘이기적 자본주의’와 그것이 양산해내는 ‘시장형 성격’의 인간이 만나 만들어진 질병이다. 이기적 자본주의는 기업의 성공을 전적으로 주식 시장의 주가로 판단하고, 공공서비스를 모두 민영화로 전환시키며, 기업 활동의 규제를 최소화하고, 부자들에 대한 과세를 제한한다. 그리고 소비와 시장의 힘이 사람들의 모든 욕구를 채워줄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마치 지난 정권 때부터 진행되고 있는 정부정책을 예언이라도 하는 듯합니다. 문득 ‘정부정책이 이러하다 보니 대학수확능력시험까지도 이기적인 자본가에게는 하나의 시장이 되고, 그렇게 얼토당토 않는 소비를 부추기는구나’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르네 데카르트의 근대 철학의 명제가 오늘날에는 페미니스트 예술가인 바바라 크루거에 의해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로 치환될 만큼, 현대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바로 ‘소비’입니다.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끊임없이 이러한 소비의 욕망을 충동질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막대한 소비를 함으로써 자신의 행복과 존재감을 찾으려고 발버둥치는 어리석음을 지녀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 모든 것은 이기적인 자본가의 얍삽한 상술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 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곧 ‘이 세상 것에 미련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서 오직 하느님의 가치를 추구하여야 만이 하늘나라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어때요, 독자 여러분. 지금까지 그토록 소비함으로써 세상의 많은 것을 소유하였던 현재까지의 삶 안에서 참 행복을 맛보지 못하셨다면 이제는 한 번 예수 그리스도의 방법을 선택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