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기자는 한 달 간격으로 두 장의 CD를 선물 받았다.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였다. 한 장은 한·미 언론인 교류행사의 일환으로 광주에서 열린 간담회에서였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볼티모어 선’지(紙)의 여기자는 토론이 마무리 될 무렵 기념선물로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담긴 CD였다. 그리곤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우리의 자랑”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두 번째 CD는 한스 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 대사와의 인터뷰에서였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 베를린 필 연주가 담긴 CD를 선물로 건넸다. 그날 이후 종종 베를린 필의 CD를 들을 때마다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 연주를 ‘가까이서’ 즐기는 베를린 시민들이 부러웠다.

비록 작은 선물이었지만 두 장의 CD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업도시로만 알았던 볼티모어를 ‘재발견’하게 됐고 베를린 필이 독일인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베를린이나 런던, 뉴욕 등 세계적인 문화도시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도시의 이름을 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민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도시의 이미지와 품격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어디 외국뿐이랴. 경기도 부천시 역시 전국에 ‘부사모’(부천 필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를 거느릴 만큼 ‘잘 나가는’ 부천시향 덕분에 문화도시로 변신중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광주시립교향악단은 요즘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의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시민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기보다는 ‘불편한’ 존재로 변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향 단원들은 작년 말부터 근무평정의 공정성 등을 놓고 광주시와 소송을 벌이고 있고 예정된 정기공연까지 취소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임기만료로 공석이 된 상임지휘자 선임이 10개월이나 늦어지기도 했다. 물론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아름답지 못한’ 모습인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전국의 내로라 하는 교향악단이 참가하는 ‘교향악 축제’에도 수년째 불참하고 있다. 부천 필이 교향악 축제를 통해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죽했으면 교향악 축제 관객들로부터 “광주에도 시향이 있나요?”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지난 14일 그동안 공석중이던 광주시향의 새 상임지휘자로 이현세(53) 현 포항시립교향악단 지휘자가 선정됐다. 광주시향은 이제부터라도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리고 역량을 끌어올려 예향의 아이콘으로 거듭나야 한다. 광주에도 ‘멋진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도록 말이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