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여러 가지 기준들이 있다. 그 중에서 인간의 행위가 좋은가 나쁜가를 판별하는 선악에도 기준이 있다. 선악이란 개인 대 개인, 조직이나 단체, 또는 국가에 따라서 그 기준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선악의 기준 중에서 개인의 선악을 판단하는 기준은 어디에 두고 있을까. 그저 막연하게 좋은 게 좋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이러한 선악의 기준 중에서 불교에서, 특히 부처님의 선악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아함경에는 이러한 선악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유행(유행이란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시기 위해서 마을을 옮겨다니는 것을 말한다)을 하시다가 밧지족이 사는 마을에서 하루를 묵게 되셨다. 당시 인도의 수행자들은 일정한 거쳐가 없었다. 수행자들은 어느 곳을 지나게 되면 그 마을에서 가까운 망고나무나 큰 나무 밑에 자리를 정하고 그곳에서 쉬었다가 다른 마을로 떠났다.

망고 나무 밑에 신흥교주(인도에서는 새로 깨달으신 분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요새 말로 신흥종교의 교주라고 표현하기도 한다)이신 석가족 출신의 부처님이 오셔서 쉬고 계신다는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부처님께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의문점을 물었다.

“부처님께서 우리 마을에 오셔서 도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우리로서는 부처님이 진정으로 깨달으신 분인지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

부처님 이전에 어떤 수행자가 와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도를 깨달았는데 내가 깨달은 도가 가장 뛰어나고 궁극의 진리이니 나를 믿고 따르시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말씀을 따랐는데, 다시 어느 날 다른 수행자가 와서 이전 분과 같이 “내가 가장 훌륭한 도를 깨닫고 궁극의 진리를 깨달았다”고 주장하여, 우리는 그 전 분의 가르침을 버리고 새로운 분의 말씀을 믿고 따랐습니다. 그런데 다시 또 새로운 수행자가 오고 또다시 오고 하면서, 늘 자신들이 가장 훌륭하다고 주장합니다.

어느 분의 말씀이 맞는지 또 당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같은 주장을 하실 텐데, 우리는 어떤 근거로 당신의 말씀이 맞다고 판단하고, 다른 사람들의 주장도 어떤 근거를 가지고 판단을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느 누가 어떤 주장을 하면 여러분은 그 주장을 듣고, 이렇게 판단하십시오. 먼저 자신에게 이로운가, 해로운가, 자신에게 이로우면 좋은 주장이요. 자신에게 이롭지 않으면 좋지 못한 주장이다. 다음은 그 주장이 남에게 이로운가 해로운가 남에게 해롭지 않고, 이롭다면 맞는 주장입니다.”

부처님 말은 가장 올바른 주장은 자신에게도 이롭고 남에게도 이로운 주장이고, 두 번째는 남에게 이로운데 나에게는 해로운 주장이라는 의미다. 세 번째는 나에게는 이로운데 남에게는 해로운 의견이고, 가장 나쁜 주장은 나에게도 해롭고 남에게도 해로운 주장이다.

“다시 어떤 사람이 어느 주장을 계속해오다가 다음날 같은 주장을 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비록 그 사람이 좋은 주장을 할지라도 그 주장 속에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가 들어 있다면 여러분은 조심해야 합니다. 평소와 같은 주장을 한다 해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는 주장은 나쁜 의견으로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상대방의 주장을 판단한다면 여러분은 어느 의견이 바르고 좋은 주장인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그 요점이 간단명료하다. 판단 기준이 추상적이거나 다른 권위에 입각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일상 개개인들의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마치 부처님은 위대하신 종교의 교리를 깨달아 설명하고 있는 분위기는 전혀 없고, 자신이 부처님이니 내 권위에 절대 복종하라든지라는 위압적인 부분도 그 어디에 없다.

여러분도 자신이나 남의 말에 대해 선악의 근거를 잘 고려한다면 이 세상을 좀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