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전, 별주부전, 수궁가, 토별전으로 달리 표현되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 이 이야기는 삼국사기에 김춘추의 꾀로 인용되고 있기도 하다. 원래 인도의 설화로 부처님의 본생담에 나오는 이야기이며, 다양한 변주를 통해 다양한 판본으로 전해지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의 핵심은 ‘간 빼먹는 이야기’이다. 나를 위해 너의 간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나와 너는 같으며 누구를 위해 누구는 희생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는 다르며 나는 특별하므로 나를 위해 너는 희생되어도 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보통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토끼의 지혜를 찬양하고 거북이의 어리석음을 비웃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기저에는 인간의 지배욕이 깔려있는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에서 토끼는 오만하다. 달리기 시합에서 거북이에게 절대 질 수 없다는 오만이 깔려있다. 또한 거북이는 비겁했다. 토끼의 잠을 모른 체하며 지나갔던 것이다. 이런 오만도 나쁘고 비겁함도 문제이다. 신영복 선생은 옥중에서 조카들에게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통해 이런 오만과 지배욕이 있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토끼는 선한 약자일까? 용궁으로 잡혀간 토끼는 토끼의 간 보호를 위해 왕배탕(王背湯)을 요구한다. 배에 왕자가 있는 것은 바로 거북이이니 거북탕을 요청했던 것이다. 이 일로 토끼는 거북과 거래하여 별주부의 아내를 취하게 된다. 판본에 따라 이 사건으로 별주부의 아내는 토끼와 정분이 생겨 토끼가 육지로 가고난 뒤 상사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또한 이 일로 열녀문이 세워지며 별주부는 부인의 죽음으로 죄책감으로 자결했다는 것이다.

고정된 사회적 약자는 없다. 상대적이다. 그리고 어려울수록 약자들 간의 경쟁은 더욱 심해진다. 이것이 바로 인간심리의 진실일지도 모른다.

서로 간 빼먹는 사회에서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챙겨서 유념하길 바라며, 서로 간 빼먹는 사회가 아니라 내 간도 남의 간도 안 빼먹는 사회, 토끼와 거북이가 자기의 장점을 인정받아 공정하게 경쟁하는 사회, 지배사회가 아니라 협력으로 풍요로운 사회이기를 희망한다.

원불교의 교조이신 소태산 박중빈 선생은 공익심을 길러야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일상에서 공익심 없는 사람을 공익심 있는 사람으로 돌리는 수행을 하라고 하시며, 착한 사람은 찬성하고 악한 사람은 불쌍히 여기며, 이롭고 편안한 것은 저 사람에게 주고 해롭고 괴로운 것은 내가 가지는 것이 공익심의 구체적인 내용이라 일러주고 계신다.

소태산 박중빈 선생은 제자들과 간석지를 개간하는 공사 중 간석지 개척 허가 분쟁이 일 때 “우리가 하는 일은 지역사회에 이익을 주는 것이라 오직 공중을 위하는 본의로만 부지런히 힘쓰라”고 하며 공익성을 강조하셨다.

국가와 민족 또는 이념과 조직에 종속된 개인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개인들에 바탕한 연대, 이것이 바로 공익사회의 비전이다.

광주는 광주학생운동과 5·18 민주항쟁의 성지로 자유와 평화의 땅이다. 복종하든지 저항할 수밖에 없는 강압과 억압의 지배체제의 사회에서, 남을 지배하지도 남에게 지배받지도 않는 사회(公衆)로 전진했던 것이다.

우리는 더욱 이 공익정신을 계승하여 각자가 자유로운 주인이면서 서로서로 손을 잡고 스크럼 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상호협력하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사회! 나의 발전이 모든 이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조건이 되는 연대! 이런 공익사회를 민주 광주가 선도해서 가꾸어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