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풍속화 ‘서당’을 보면 한 학동이 훈장에게 등을 돌리고 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옛날 서당에서는 전날 공부한 것을 외우는 복습이 공부의 시작이었는데, 이때 돌아앉아서 암기한 내용을 외우므로 배송(背誦)이라고 했다. 이 아이는 어제 배운 것을 제대로 암기하지 못해 꾸지람을 들었을 것이고, 종아리를 걷기 위해 대님을 풀며 회초리 맞을 생각에 울고 있는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양반집 자제와 무명옷을 입은 중인의 자제가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는 막 실학이 전파되던 때로, 반상(班常)이 함께 공부하는 것이 그리 자연스럽지 않은 때였다. 중인 출신인 김홍도의 교육에 대한 바람이 녹아든 것은 아닐까 싶다.

근·현대화 과정에서도 교육은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했다. 평등하게 제공된 교육 기회는 능력이 있으면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주었다. 교육이 수단화되었다는 비판도 없지는 않지만, 이러한 사회적 꿈은 사회 안정과 통합에도 기여하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며, 부모의 부유함과 계층이 교육을 통해 대물림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찍이 라이머(E. Reimer)는 ‘학교는 죽었다’에서 학교의 사회적 기능 중 하나로서 “학교 체제를 통해 계층 간의 차이를 만들고, 그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설파하였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개천에서 종 난다’로 표현되는 것은 학교 교육이 조장하는 구조화된 차별의 대표적인 패러디(parody)이다. 그러므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자녀 교육에 영향을 미쳐 출발선부터 공정 경쟁을 어렵게 만든다면, 이를 해결하려는 학교 현장의 노력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서 올해 광주 교육청이 추진한 ‘2013 광주 희망교실은 불리한 교육 여건의 학생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의미 깊은 프로젝트였다. 학교 내의 교육소외 학생,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 멘토가 필요한 일반학생 등 불리한 교육 여건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1,500명의 교사들이 멘토가 되어, 이들에게 꿈을 찾게 해주는 무료 교육기부 봉사활동이자 전국 최초의 자발적 참여 프로젝트였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범죄를 예방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을 제시하여,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같은 인물을 배출하였다. 마찬가지로 학이시습(學而時習)하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체험 기회를 학생들에게 만들어주고 그 곁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멘토 교사의 열정은 천막치고 국밥 장사를 하면서도 피아노를 외상으로 들여와 정명훈·명화·경화 삼남매를 이루어낸 이원숙 여사의 마음과 진배없을 것이다.

한 사람의 인재는 평생에 걸친 학습과 능력 개발을 통해 만들어진다지만, 출발 단계에서 소외되면 가능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사회·경제력의 차이 때문에 자아실현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교육 복지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며, ‘광주 희망교실’과 같은 봉사·기부 시스템은 좋은 방향타가 될 것이다. “엘 시스테마가 내게 악기를 주었을 때, 내 삶에 무엇인가를 지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한 구스타보 두다멜의 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