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은 최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열고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원격진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하고, 금년 내 국회통과를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해 의료인 간에만 허용되는 원격의료서비스를 환자와 의사간에도 확대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겉으로만 보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환자가 의사와 상담·진료하고 진단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원격의료 제도가 국민들 입장에서는 편의성과 접근성을 더 높이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환자와 의사간의 원격의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확한 진단의 문제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환자의 상태를 보고 증상을 듣고, 아픈 부위를 만져보고, 두드려 보는 네 가지 진찰에 의학적인 판단 및 축척된 경험을 토대로 한 직관을 더해 최종 진단한다.

하지만 정보통신 장비를 통한 원격진료는 듣고 보는 진찰밖에 할 수 없다. 속이 더부룩한 증상은 심근 경색증 초기에 가장 흔하다. 이처럼 환자가 통증이나 불편함을 호소하는 부위와 실제 병변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나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구별이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원격의료의 확대가 동네의원과 중소형병원을 붕괴위기로 몰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원격의료가 활성화되면 경쟁에서 유리한 대형병원들로 환자가 집중될 것이다. 원격의료만을 위한 대형의료기관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이다. 자연히 동네의원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겠다는 원격의료제도가 오히려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의료체계도 위험에 빠뜨리는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원격의료의 대폭확대는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병원의 허용과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기획재정부는 의료와 다른 사업을 연계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영리병원 허용, 의료기관의 영리형 부대사업·호텔업 허용, 원격의료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국민건강증진 목적이 아닌 의료 민영화를 통해 대형자본들의 수익을 높여주기 위해 원격의료 제도가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신체는 나를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많은 기능들이 존재한다. 지금 당장은 조금 불편하지만 나를 쉬어주면 대부분 해결된다. 그러나 대형자본들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의료 체계에 원격의료가 접목되면, 사소한 불편도 의료서비스를 이용해 해결하려 들 것이다. 의료비 상승은 불을 보듯이 뻔하며, 이렇게 증가된 의료비용은 거대자본의 수입이 될 뿐이다.

원격의료는 정보통신 장비를 이용하므로 한곳에 환자 진료와 관련된 많은 정보들이 쌓이는데, 이 정보들의 관리에서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 진료 기록이 누출되면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될 것이다. 또 축적된 의료 정보들이 건강식품이나 보험과 관련된 사업에 불법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높다.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진단과 처방은 환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리고 IT장비업체와 의사, 환자 간에 그 책임소재를 놓고 의료 분쟁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호주와 캐나다에서는 이미 환자와 의사간 원격진료를 하고 있다. 두 나라의 의사 밀도는 100㎢에 1명으로 우리나라 98명에 비해 현저히 낮아서 어쩔 수 없이 허용한 것이다. 의사 밀도 세계 2위인 우리나라가 접근성을 이유로 반쪽 진료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OECD 나라와 비교해도 의료 접근성이 아주 높은 편이다. 2010년 OECD 자료에 의하면 국민 1인당 의사방문횟수는 우리나라가 12.9회로 OECD 평균 6.5회에 비해 2배나 높다.

정부는 원격의료를 창조경제의 한 예로 제시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급여 저수가로 인해 한계에 이른 현 의료보험체계에서 원격의료는 보험재정의 파탄을 초래할 수 있고, 국민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일부 대형자본만을 위한 시장을 만들어주고, 기존 일자리를 파괴하면서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기묘한 정책이 과연 창조경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