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부분의 국민들이 안녕들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의료민영화가 되면 병원비가 폭등해 아파도 병원에 못 간다’는 식의 이야기가 각종 매체를 통해 괴담처럼 확산되고 있고 의료실손 보험회사에서 이런 비슷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로 보험가입, 확대를 종용하기도 한다. 정부가 최근 보건, 의료산업 투자활성화를 위해 병원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의료민영화’의 전초전이라는 것이다. 물론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정부는 의료민영화에 반대한다”고 해명하고 있다. ‘의료민영화’라는 표현은 2008년 소위 ‘촛불 정국’ 때 처음으로 표현되었다 한다.

당시 정부는 네덜란드로 건강보험의 민영화를 검토하기 위해 전문가를 파견하였고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영리의료법인 허용,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의 정책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저항의 표현으로 ‘의료민영화 반대’가 등장하였다. 그 당시 정부의 이러한 구상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은 총 6만4000여 개. 이중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5.7% 정도이다. 다시 말하면 전체의료기관의 94.3%가 민간 의료기관으로 수치만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의료는 이미 민영화되어 있다. 그래서 ‘의료 민영화’라는 표현은 잘못되었다.

요즘 논란의 핵심인 ‘의료민영화’는 엄밀히 말해서 ‘의료보험 민영화’이다. 의료보험 민영화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요즘 괴담처럼 퍼지고 있는 ‘맹장수술비가 1500만원’ 될거라는 진료비 폭등의 예는 미국의 의료보험 방식이다. 미국은 65세 이상과 저소득 빈곤층만 국가에서 의료비를 지원해주고 나머지는 개개인의 민간의료보험으로 의료비를 해결한다. 개인이 지불하는 의료보험료는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많다.

매월 지불하는 보험료가 몇 백만 원에서 천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의료수가는 국가가 지원하는 경우는 국가에서 결정하지만, 개인 의료보험은 병원과 보험사의 계약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같은 맹장 수술도 어떤 의사에게 받느냐에 따라 병원비가 달라진다. 실제로 1500만원 그 이상도 될 수 있다. 물론 보험사가 전액 부담한다. 유명한 병원,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병원비가 비싸지고 내야하는 보험료도 오르게 된다.

우리나라의 매월 의료보험료는 무료부터 약 300만원 정도이고 누구에게 치료를 받던 기본적인 의료수가는 동일하다. 국가가 의료수가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내는 병원비는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과 국민들이 무조건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민영화된 상태이지만 의료비용은 정부가 ‘건강보험’이라는 명목으로 직접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의 역할은 취약하고 의료체계는 민간의료기관 중심이다.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은 의료비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저수가 정책은 고가의 비급여진료를 유도하여 의료기관의 영리추구적인 성향을 강화하였다. 최근 의료법인에게 수익사업을 가능하도록 한 것은 의료기관이 진료가 아닌 다른 사업으로 이윤을 만들어 병원경영에 보탬이 되게 한다는 것이다. 의료비 상승을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진행되어온 낮은 의료수가로는 병원들의 경영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결과라는 의견과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충격완충의 전 단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의료보험체계가 조금씩 민영화되어 가고 있다.

과거 박정희 정권 때 국가가 관리하던 자동차 보험을 민간으로 넘겼으며 실손 의료보험의 허용과 2005년 삼성의 지원하에 이루어진 제도화 이후 현재까지 약 3000만 명 이상 가입으로 확대된 영향력을 의료기관에 직접 행사하는 점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보험료 납부자 상위 5% 정도가 없어지면 보험의 유지가 어렵다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위기상황, 왠지 병원에만 오면 손해 본 것 같고 병원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한 지금까지의 의료정책이 아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으로 바꿔야 국민들이 안녕들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