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착한 사람을 칭할 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혹자들은 ‘법이 필요 없는 사회’를 지향하고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을 만들기보다는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을 양성해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깨끗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새해 바람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법이 없어도 살 사람들’만이 살고 있는 ‘법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된다면 어떨까를 생각해봅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 필자의 개인적인 안타까운 사정(?)을 떠나서 일단 그런 사회는 우리의 희망 속에나 있는 비현실적인 사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불가피한 이유를 들어볼까 합니다.

법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필요에 의해 만든 규칙입니다. 또한 그 규칙이 유효하게 작용되도록 모두의 동의하에 강제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우리가 접하는 법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무엇을 해도 좋다’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마 사람들이 법에 대해 갖고 있는 반감은 이러한 금지규범의 성격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바꾸어보면 이것은 여기에서 금지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런 연유로 많은 도덕적 비난을 받는 행위라 하더라도 이를 금지하는 법 규정이 없다면 그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처벌하거나 이를 금지할 수 없습니다. 단지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면 어떤 행위에 대해 이를 규율하는 새로운 법을 만들 수 있을 뿐입니다.

법은 우리에게 ‘착한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나’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할 뿐입니다. 법이 규율하는 행위는 그렇습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나’의 이익을 향유하며 사회에서 살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되 그 자유가 ‘남’ 즉 ‘공동체’의 이익에 반하게 되는 행동이 될 수 있을 때 이에 대한 금지나 제한을 하고 있습니다.

법(法)이란 한자를 풀어보면 물 수(水)변에 갈 거(去)를 합친 글자입니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를 물 흐르듯 순리대로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 법의 역할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듯 법은 사회가 순리대로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제재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약간 극단적이지만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고자 합니다. 남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도덕률’은 예외가 없으며 아무리 시대와 상황이 변해도 이러한 도덕률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에는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은 원칙적으론 이를 금지하지만 때론 어떤 상황에서는 이를 허용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행위들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허용되기도 하고 금지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점이 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갑오년 새해엔 “왜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 많은 거야”하는 생각보다는 하지 말라는 것을 안 하면 그 외의 것은 모두 할 수 있고 그래야 ‘나’,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바랍니다. 결국 ‘법이 없이도 살 사람’은 ‘법’이 없으면 절대 살 수 없습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평온한 사회는 ‘법’이 만들어주고 보호해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