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로봇’은 필자가 ‘박테리아 로봇’을 줄여서 붙인 이름이다. 이 로봇을 태어나게 한 주역이 전남대학교의 박종오 교수로써 그의 박씨 성도 작명 과정에 한 몫을 하였다.

인터넷에 ‘로봇’을 치면 연관검색어로 ‘박테리아 로봇’이 뜬다. 다시 ‘박테리아 로봇’을 치면 암치료로봇, 박테리아 나노로봇, 박테리오봇, 박종오, 그리고 scientific reports가 나온다. 각각의 검색어에 따른 수많은 기사들은 작년 12월 2일, 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인터넷판에 실린 논문을 기사화한 내용들이다.

박로봇의 본명은 ‘박테리아기반 마이크로로봇(bacteria-based microrobot)’이라는 긴 이름이고 연구진은 ‘박테리오봇(bacteriobot)’이라고 줄여서 명명하였다. 그러나 거의 모든 기사와 방송들은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박테리아 로봇’이라고 부른다.

박로봇은 구형(球形)의 폴리스티렌 머리 구조와 이에 부착되어 몸체 역할을 하는 살모넬라 세균으로 이루어졌다. 실제로 머리는 하나지만 수족에 해당하는 편모를 가진 살모넬라는 많은 수가 달라붙어서 문어발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사용한 살모넬라(S. typhimurium)는 독성이 약화 내지 제거된 상태로서 유전자 조작을 거친 세균이다.

박로봇은 배터리를 동력으로 사용하여 작동하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구조물이 아니고 어엿한 생명체라는 점에서 다른 로봇들과 구별된다. 뿐만 아니라 여타 로봇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한히 작은 마이크론 크기로서 다른 로봇들의 활동영역이 모두 몸 밖인 것과 달리 박로봇은 체내에서 활동한다.

기존 항암치료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작용하여 영향을 미치는데 반해 박로봇은 주 목표물이 암세포이다. 암세포들의 빠른 분화는 산소와 영양분의 더 많은 공급을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 암세포에서는 혈관형성촉진인자를 만든다. 박테리아들은 암세포에서 분비하는 이런 물질들에 끌려서 암세포를 향해 이동한다.

박로봇이 암세포에 도달하면 폴리스티렌 머리 구조에 장착된 항암제가 작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직장암과 유방암 등 고형암의 치료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기술이다. 박로봇은 치료뿐만 아니라 초기 진단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박교수 팀은 논문의 말미에서 자신들의 박테리오봇 개념이 불치병들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의료용 마이크로로봇의 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과 박테리오봇을 이용한 약물 수송체 연구가 앞으로 더 진행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자주 ‘세계 최초로 개발된…’이라는 보도를 접하면서 어떤 연구결과가 환자들의 치료를 위하여 곧 실용화될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된다. 박로봇은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나서 쥐를 동물모델로 사용하여 암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임상실험을 거쳐서 박로봇의 독특한 항암제 투여방식이 사람에게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암 환자들의 치료에 사용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아직 모른다.

박로봇은 의학과 공학의 공동 작품이다. 서로 다른 학문 분야가 참여하는 융합과학은 21세기의 대세이다.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는 융합이 더하기 이상의 가치를 창조한다고 말했다. 박로봇이 크기는 무한히 작지만 그 위상은 광대하여 융합과학의 선두주자가 될 뿐만 아니라 사랑받는 마스코트가 되기를 바란다.

박로봇이 의료분야에서 실용화되기까지 연구진들이 지방대학이라는 제한된 여건 속에서 연구 인력과 연구비에 제한받지 않도록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박로봇이 지역대학의 위상을 높이고 국내외의 수많은 암환자들에게 조기 진단 및 치료의 길을 열어주어서 새로운 삶을 살도록 공헌할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