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전쟁터에 비유해서 산업전선이라고 한다. 전쟁에서 부상자들이 심각한 정도에 따라 다시 전쟁에 나갈 수 있느냐가 결정되듯이 산업전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쟁터나 직장 모두 손가락이나 손목, 팔꿈치가 다친 사람은 분명 다시 원래 자리에 보내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직장에서 손목이나 팔꿈치가 아픈 것이 결근이나 조퇴의 이유는 되지 못한다. 물론 꼭 그렇게 해야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왜 손목이나 팔꿈치가 아픈 지를 이해한다면 적어도 꾀병이라는 누명이나 아픈데도 무리하게 일을 시킨다는 비판을 서로 면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기계화되고 전산화된 요즘은 작업장에서 근골격계 통증의 양상은 과거와 조금 다른 것 같다. 예전에는 대부분 골절과 같은 외상 환자나 무릎이나 발목 같은 하지 질환 환자가 많았지만 점점 어깨, 팔꿈치, 손목과 같은 상지 환자가 늘고 있다.

정형외과 환자들은 대부분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심각하더라도 장애가 발생하고 마무리된다. 그래서 일부 정형외과 환자는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에, 환자의 분포나 추이는 사회의 경제적 상황이나 사회 환경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후진국이나 개발 도상국에서는 고관절 환자나 심한 척추 질환 환자, 교통 사고 환자가 대부분이며,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무릎 통증이나 허리 통증 환자가 늘어난다. 걸을 수 있느냐의 문제에서 통증이 있느냐의 문제로 변하는 것으로, 삶이나 노동의 질에 관심을 둘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 후 여유가 더 생기면 자동차 사용과 주거 환경 개선으로 인해 무릎 관절염이나 허리 척추관 협착증의 발생이 줄어든다. 또,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50∼60대가 되더라도 생산 활동을 지속하기 때문에 어깨나 팔꿈치, 손목 환자가 더 늘어나게 된다.

요즘 우리나라도 어느덧 미국, 유럽, 일본처럼 어깨 환자나 팔꿈치 환자가 늘고 있다. 허리나 다리가 아프면 걸을 수 없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못하게 된다. 하지만 어깨, 팔꿈치, 손목, 손과 같은 팔의 문제는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없고, 일이나 운동을 못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손이나 팔의 문제는 일을 안 하면 통증이 심하지 않아서, 굳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최근 20∼30대에서는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스포츠 활동의 증가와 컴퓨터 사용의 증가가 원인이다. 손목 질환은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작은 외상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흔히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공을 막다가 뒤로 꺾이고 나서, 하루 이틀 불편하다가 좋아져서 그냥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손상이 반복되거나 손목에 부담이 되는 직업에 종사한다면 이러한 작은 손상도 천천히 악화되다가 어느 날 손목을 못 쓸 정도로 심해질 수 있다. 반복된 손상이나 직업 이외에도 근육 운동이나 야구와 같은 취미들은 손목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한 개인이 평생 해야할 일의 양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유는 오래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직업을 유지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손목과 팔꿈치의 건강은 중요해진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는 40∼50대,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20∼30대, 그리고 60대 환자들은 스스로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남들에게 아프다고 말하기 부끄러워 혼자 속으로 삭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일을 하고 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직장을 위해 다 써버릴 팔꿈치나 손목이 아니라면, 인생 이모작을 대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맞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