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지는 2013년 ‘올해의 인물’로 교황 프란치스코를 선정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평생을 청빈한 생활과 겸손한 자세로 기도와 고행을 실천하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비판하며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무슬림은 우리의 형제’라 선언하며 세계인들에게 종교나 이념보다 평화가 중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과 안락함을 마다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그의 행동에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존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2013년의 한국은 ‘도행역시(倒行逆施)’로 표현될 만큼 상식과 순리가 통하지 않는 불통과 퇴행의 해였다. 그래서 새해에는 소통과 통합의 정치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보면서 그 기대는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불통을 소통이라 강변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도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남의 탓으로 돌리는 상식과 순리에 어긋나는 사고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지역은 연이은 정치적 패배와 민주주의의 퇴행을 겪으면서 역사와 가치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채 망연자실하고 있다. 더구나 인재등용에서도 소외되고, 균형발전에서도 차별받는 현실이 우리를 더 아프게 한다. 더욱 참담한 것은 지역의 미래와 비전을 견인할 요인이나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다는데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지역의 문제를 지역에서 해결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자치단체장의 비리와 부패, 인사전횡, 주민이 없는 자치 등 반성하고 고쳐야할 부정적인 면 역시 심각한 수준이며, 특히 오만과 독선의 리더십과 공공성을 상실한 치적위주의 사업 그리고 지나칠 정도의 제 사람 심기는 지역의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고 나아가서는 지역의 명예마저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떤 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느냐’가 지역의 미래와 발전에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나와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교황 한 사람의 생각과 혁신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것을 보면 자치단체장 한 사람의 생각과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관이 갖춰야할 덕목과 역할에 대해 기술한 ‘목민심서’라는 명저를 남겼는데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외침(外侵)이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의한 민심의 이반(離反)이다”는 말로 자치단체장의 청렴을 중요시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지난 임기 동안의 여러 실정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만이 적임이라 생각하며 재선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를 흔히 봐왔다. 한 지역을 맡아 주민들의 권익을 위하고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역할을 자청하려면 최소한 ‘목민심서’에서 말하는 ‘애민정신’이 무얼 뜻하는지를 아는 염치를 지녀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이 국가’라는 외침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권력에 취한 오만과 독선의 리더십보다는 소통과 과정을 중시하는 민주적 리더십으로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며, 부패와 비리의 고리를 끊고 청렴과 염치를 지닌 애민정신을 실천하라는 엄중한 경고일 것이다. 덧붙여 지역을 발전시킬 경제정책의 능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