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가장 즐거워하는 날을 꼽으라면 공휴일, 월급날, 휴가일 등이 먼저 나오겠지만 무두일(無頭日)도 샐러리맨들에겐 빠질 수 없이 부담없는 날 중의 하나다.

무두일은 조직의 수장, 즉 사장이나 감독이 없는 날을 일컫는 조어(造語)다. 리더가 모름지기 그 조직의 목표와 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일진데, 그런 이가 없는 날이 즐거운 날이라면 리더와 구성원들의 사이는 껄끄러울 수밖에는 없다는 반증일 것이다.

한 때 구성원들이 스스로 필요한 역량과 자질을 계발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도와주는 ‘슈퍼리더십’이나, 목표를 수행하는데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섬기는 리더십’이 최고로 여겨지던 적도 있었지만, 회의를 하나 토론을 하나 리더가 좌지우지하는게 우리네 조직문화다.

특히 구성원의 동질성이 강하고 내부 응집력이 큰 조직일수록 집단내의 강박적인 분위기가 의사결정과정에서 리더와 다른 의견을 말하거나 대안을 제기하기 어렵다. 이는 가부장적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스몰비지니스(FSB)는 몇 년 전 CEO들의 나쁜 습관 5가지를 소개한 바 있는데 첫째가 승리에 대한 집착이란다.

최고가 되길 원하는 리더는 지나치게 경쟁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하고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직원들도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면서 자발적으로 우러나와야 할 창의력과 업무능률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둘째, 무의식적으로 but(그러나), no(아니요)와 같이 부정적인 단어를 자주 사용함으로써, 언제나 자신만이 옳다는 착각에 빠져 부하들의 직언을 막고, 조직에 충실한 직원을 떠나게 한다는 것이다.

셋째, CEO들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는 경우가 많아 부하들의 의견을 묵살하기 일쑤여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묻히게 한다는 것이다.

넷째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추구한다는 것이다. CEO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감언이설을 늘어놓게 마련이어서 자신의 행동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 어렵고, 입맛대로만 조직을 이끌어가게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성공의 포로가 되어 권한을 위임하기보다 사소한 부분까지 움켜쥐고 결정하려 듦으로써 스스로를 혹사시켜 가정을 소홀히 하거나 건강을 잃어버리기 쉽다는 것이다.

조직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묵살하게 되고, 내가 하는 만큼 당신들도 해야 한다는 사고는 구성원들의 입장에선 숨막히는 일이다. 수많은 구성원들을 거느리다 보면 자신의 의견에 호응하고 웃어주는 사람이 많아야 일할 맛도 나겠지만, 이견도 대안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구성원들뿐이라면 이미 성장을 멈추었거나, 지속가능한 조직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증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