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 소설에는 흥부전, 춘향전, 홍길동전, 심청전, 별주부전 등이 있다. 이중 심청전은 효녀 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의 제물이 됐으나, 용왕에 의해 구출되어 왕후에까지 오르게 되는 얘기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맹인 잔치를 열어 아버지를 극적으로 상봉하고, 아버지가 눈을 뜨게 되는 해피엔딩의 줄거리이다.

효를 강조하는 유교사상과 불교의 인과응보 사상이 담긴, 작자와 연대가 미상인 조선시대 고전소설로 1912년 이해조라는 분이 신소설로 개작한 것이라 한다.

이제 안과 의사가 본 심청전을 살펴보자. 소설 속 심청의 아버지 심학규는 봉사로 어려서 눈을 못 보게 된다. 이렇게 어려서 시력을 잃는 안과 질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양쪽 눈이 다 실명되는 경우에는 눈의 제일 앞쪽 검은 동자인 각막에 혼탁이 발생하거나 선천성 백내장, 망막신경에 선천적 이상을 나타내는 질환, 시신경의 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각막혼탁의 경우에는 선천적인 경우도 있으나, 어려서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해 감염되어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치명적인 혼탁이 발생되고 이로 인해 실명에 이르게 된다. 백내장은 눈 안의 수정체(카메라의 렌즈)에 혼탁이 발생한 질환으로 보통 나이가 많이 들어 발생되는 질환이나 선천적으로 발생될 수도 있으며, 이 또한 영유아시기 실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눈의 후부에 해당하는 망막이나 시신경에 선천적으로 발생된 질환도 실명을 유발하는 질환 중 하나다. 아마 이런 안과질환이 심 봉사에게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심 봉사는 어떻게 갑자기 다시 볼 수 있었을까? 심 봉사는 심청이가 황후가 돼 베푼 맹인잔치에서 갑자기 딸을 볼 수 있게 된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물론 지극한 심청의 효심이 하늘을 움직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안과의사 입장에서 보면 이런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심 봉사는 어려서 백내장이 발생해 있었으며, 이로 인해 점점 시력을 잃게 되고, 평생을 앞을 보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백내장은 점점 심해지고 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수정체를 지지해주던 수정체 인대가 일부분 약해져서 백내장이 발생되어 있던 수정체가 흔들흔들했을 것이다. 또 평생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나 숱하게 외상을 받았을 것이며, 눈 또한 예외는 아니었으리라.

이러한 눈의 외상은 수정체를 더욱 흔들흔들하게 만들었을 것이고, 이렇게 흔들거리던 수정체가 맹인 잔치 중에 심청이를 앞에 두는 순간 유리체(눈의 후방 부위의 달걀 흰자와 비슷한 부위) 안으로 빠지게 되고, 이로써 지금까지 백내장에 의해 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빛이 눈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이 순간 감격적으로 심 봉사는 심청이의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런 환자들을 아주 오래전 내가 안과 전공을 시작할 무렵에는 드물지만 한번 씩 볼 수 있었다.

정상적으로 수정체는 360도 수정체 인대에 의해 고정돼 있어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선천성 이상이나, 외상에 의해 수정체 인대에 손상이 오면 수정체는 제 위치에서 이탈하게 되어 수정체 탈구가 발생되게 되며, 이런 경우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또 이런 경우 백내장이 동반돼 안과에서 수술하는 경우 수술이 쉽지 않고, 인공수정체를 공막에 실로 고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망막수술과 동시에 시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여튼 심청이가 아버지의 개안을 위해 공양미 300석을 본인의 목숨과 바꾼 것을 보면 공양미 300석은 당시 굉장히 큰 재산임을 알 수 있고, 그만큼 눈이 우리 몸에서 소중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안과의사인 나는 하루에도 몇 명씩 백내장으로 인해 시력이 떨어진 환자들을 다시 잘 보이게 해주는 안과 의사를 하고 있으니, 내가 안과를 선택한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가 싶어 보람을 느낀다. 다시 한번 안과 의사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