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듯 가는 것’이란
2014년 02월 24일(월) 00:00 가가
임 풍 성
광주지검 형사3부 검사
광주지검 형사3부 검사
법조칼럼을 통해 제가 검사를 하는 동안 겪었던 두 가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두 일 모두 검사실이 아닌 밖에서 겪었던 일이지만 제가 검사로 근무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첫 번째 일은 이전 근무지에서 있었던 일인데, 그 지역에 거주하는 유명한 소설가 분으로부터 들었던 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제 뇌리에 아로새길만한 좋은 말씀이 바로 ‘법 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소설을 쓰시는 분이 ‘법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강연하신다니 무슨 말씀을 하실 것인지 저로서도 매우 궁금했습니다. 그분은 칠판에 ‘法’ 이라는 한자를 쓰시고 난 후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法이란 글자를 보면, 물 수(水) 변에 갈 거(去) 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라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 공부도 수년간 하고 그 이후 사법연수원을 거쳐 검사로 근무하면서 한시도 법이라는 글자를 떠나본 적이 없는데 부끄럽게도 정작 ‘法’ 이라는 글자의 의미를 살펴보지는 않았습니다. 잠시 제가 생각하는 사이에 그 소설가 분은 “물이 흐르듯이 가는 것이 바로 법이라는 글자입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너무나도 간명하고 단순한 진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속으로 ‘너는 법이라는 한자가 의미하듯이 물이 흐르듯이 순리대로 검사 일을 하고 있느냐’ 고 반문하게 되었고, 부끄럽지만 앞으로라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 저는 또 ‘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하면 물 흘러가듯이 순리대로 하는 것일까’ 라는 답을 찾기 위해 무던히 고민했습니다. 아직 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 이런 답을 내렸습니다. ‘일말의 의심도 없는 100% 진실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오판을 덜 하려면 일단 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 거짓말이든 참말이든 일단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보자’ 라는 결론입니다.
무엇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순리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만큼이라도 자연스러움을 택하자는 마음에 이런 방법을 택했습니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사건 앞에서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급적 사건과 관련된 분들의 말을 많이 듣고 면담도 자주 해 들으려고 하니 안 들리던 귀가 조금씩 뚫리는 것 같습니다. ‘법률가와 소설가’ 라는 다소 이질적인 만남이지만, 저는 그 한 번의 만남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을 얻은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일은, 몇 주 전에 휴일에 집에서 본 영화 이야기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인데 보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주인공 여성이 생활고를 타개할 목적으로 남편의 후배로부터 원석이 든 가방을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오면 400만 원을 준다는 제안을 받고 원석인 줄로만 알고 이를 운반하다가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코카인 운반 및 소지죄로 체포되어 프랑스령 작은 섬에 있는 교도소에 수감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 여성을 위해 756일간 필사적으로 애쓰는 남편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영화로 제작한 것이라고 하여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TV 시사프로그램에서도 방영이 되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실제 주인공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뜨거웠던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 여성이 왜 만리타국에서 수감되어 있어야만 하는가가 아니라 왜 그 여성과 남편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방치되어야 하는지 그 상황 때문에 화가 났고,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실제 주인공과 그 남편은 얼마나 좌절감을 느끼고 괴로웠을까”라고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 않았고, 제가 하는 일에서도 누군가에게 극심한 좌절감과 절망감을 주었던 적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고민의 끝자락에 ‘그 일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서 누군가에는 이렇게 큰 상처가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남들이 해 주지 못한 것’을 해주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도 제대로 하자는 다짐도 하게 됐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반복된 일상이지만 그 와중에 마주하게 되는 이 찰나의 순간은 저로 하여금 고민하게 했고, 제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 됐습니다.
첫 번째 일은 이전 근무지에서 있었던 일인데, 그 지역에 거주하는 유명한 소설가 분으로부터 들었던 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제 뇌리에 아로새길만한 좋은 말씀이 바로 ‘법 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일은, 몇 주 전에 휴일에 집에서 본 영화 이야기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인데 보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주인공 여성이 생활고를 타개할 목적으로 남편의 후배로부터 원석이 든 가방을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오면 400만 원을 준다는 제안을 받고 원석인 줄로만 알고 이를 운반하다가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코카인 운반 및 소지죄로 체포되어 프랑스령 작은 섬에 있는 교도소에 수감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 여성을 위해 756일간 필사적으로 애쓰는 남편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영화로 제작한 것이라고 하여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TV 시사프로그램에서도 방영이 되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실제 주인공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뜨거웠던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 여성이 왜 만리타국에서 수감되어 있어야만 하는가가 아니라 왜 그 여성과 남편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방치되어야 하는지 그 상황 때문에 화가 났고,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실제 주인공과 그 남편은 얼마나 좌절감을 느끼고 괴로웠을까”라고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 않았고, 제가 하는 일에서도 누군가에게 극심한 좌절감과 절망감을 주었던 적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고민의 끝자락에 ‘그 일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서 누군가에는 이렇게 큰 상처가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남들이 해 주지 못한 것’을 해주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도 제대로 하자는 다짐도 하게 됐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반복된 일상이지만 그 와중에 마주하게 되는 이 찰나의 순간은 저로 하여금 고민하게 했고, 제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