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 중앙운영위원장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주축이 된 신당 창당과 기초자치단위 선거에서의 무공천을 선언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합의문에 놀랐고, 그 합의 내용이 희망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어 기뻤다. 정치권이 전한 소식으로서 얼마 만에 맞이하는 낭보인가!

주지하다시피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내걸었던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 공약들은 대부분 없는 일이 됐다. 한 마디로 거짓말쟁이 집단들이다. 그 뿐인가. 그들은 개인의 자유를 위협하고,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등 정보기관을 동원하고도 반성은 커녕 부끄러움도 모른다. 이처럼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들을 부정한다면 그들을 결코 합리적 보수세력으로 간주할 수 없다.

그러나 선택의 최종 주인공은 국민이다. 국민이 거짓말 세력, 사이비 자유민주주의자들을 정치의 중심에서 끌어내리려면 대안세력이 존재해야 한다. 국민은 대안도 없이 무조건 기존 세력을 내팽개칠 경우 혼란과 더불어 더 나쁘고 더 무능한 세력이 국가를 통치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우리가 기존 야당들의 유약함을 비판하고 강력한 대안 정당의 출현을 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합신당 창당 발표로 인해 중앙정치에 대한 지역민의 걱정은 크게 줄었다. 그렇다면 통합신당의 출현이 우리의 또 다른 관심사인 이 지역의 정치지형과 지방자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호남인들은 지금까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지역정치를 희생시켰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의 파수꾼 역할을 계속 수행하면서도, 정권의 향방과 상관없이 우리 스스로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조성해야 한다. 호남인들이 안철수 신당(새정치연합)에 대해 상당한 지지를 보인 이유 중 하나도 경쟁이 있는 선거판이 만들어져 보다 좋은 리더들을 선출하고, 이를 통해 지역 발전의 새로운 계기로 만들자는 열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신당의 탄생으로 인해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또 다시 경쟁이 있는 선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는 또 다시 통합신당의 후보들에게 ‘묻지 마 투표’를 해야 하는가? 아니다. 통합신당이 창당되더라도 이 지역에 ‘경쟁이 있는 선거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 통합신당이 공천권을 유권자들에게 돌려주면 가능하다. 시·도지사 선거를 예로 들면 호남지역에서 통합신당이 시·도지사 후보를 공천할 때 유권자들의 여론을 100% 반영하는 선출제도를 만들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호남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를 놓고 절대로 나눠 먹기식 흥정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퇴행적 행위이다. 그런 선택은 통합신당의 출발부터 호남인들을 무시하고 희생시키는 배신행위가 될 것이다.

정당 공천을 하지 않는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 현직 단체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그런 일방적 선거하에서는 좋은 후보를 발견하거나, 선택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현직 단체장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정책과 이념을 중심으로 연대나 단일화를 이뤄내 부피를 키우고, 이를 통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진정 경쟁이 있는 선거판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그래야 공천 폐지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광주지역에서만 10여명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정당공천이 없는 상태에서 후보자들이 이렇게 많을 경우 유권자들이 좋은 교육감 후보를 선택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또 고작해야 득표율 30% 내외의 교육감이 나올 수 있다. 교육감 선거에서 입지자들이 진보, 중도, 보수 등 개인의 성향과 교육철학에 따라 단일화하여 본선에서 3-4명의 유력한 후보들이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선거구도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신생 정당은 호남에서 시·도지사의 경우만이라도 정당공천권을 100% 유권자들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그래야 중앙정치의 낭보가 이 지역 지방자치까지 희망의 메시지로 확산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성지답게 이제는 우리 모두 풀뿌리 민주주의의 활성화를 위해 매진하자.